북 주민 “광명성절 분위기 소란스럽고 어수선”
2024.02.16
앵커: 16일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을 기념하는 ‘광명성절’입니다. 올해도 관련 정치행사가 이어졌는데, 행사에 동원된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북한 내 광명성절 분위기를 김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생일을 맞아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충성심을 강요하며 김정일 동상에 꽃다발을 증정하는 행사, 종합예술공연, 집단무도회 등을 조직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요청)은 16일 “광명성절을 경축하라는 지시에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민생은 외면한 채 밤낮으로 각종 정치행사를 벌이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이달에는 행사가 많은데다 행사준비가 다른 때보다 더 요란했다”면서 “2월 8일 건군절, 2월 10일 음력설, 2월 16일 광명성절까지 한 달에 세 번이나 김부자 동상에 헌화하고 관련 학습, 강연, 충성의 노래와 집단무도회를 연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오늘 아침 일찍 공장 기업소의 간부, 노동자, 주민들이 대거 동상을 찾았다”면서 “형식적이나마 종이꽃 하나를 들고 인사를 한 뒤 곧바로 광장에서 소년단 입단식, 충성의 예술공연이 이어지고 저녁에는 군중무용(집단 무도회)에 참가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종이꽃은 얼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는 생화 대신 종이꽃이 주로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6일 “오늘은 아침부터 혜산광장에서 광명성절 경축 행사가 진행됐다”면서 “대부분 행사복 위에 겨울 솜 동복을 입고 있어 소리만 요란할 뿐 경축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혜산시의 각 단체별로 동상(김일성, 김정일 형상)에 꽃을 증정하면서 날이 채 밝기 전부터 광장에 사람들이 모였다”면서 “참가자들은 헌화를 하고 나서 귀가하지 못하고 소년단입단 행사, 대학생 예술공연 등을 조직별로 관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늘 저녁 6시에 광장에서 폭죽을 쏘고 집단 무도회를 벌이는 등 ‘광명성절’ 경축행사가 이어진다”면서 “이런 바쁜 일정 때문에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렇다고 당국의 지시를 정면에서 반대하는 사람을 찾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들 속에서 김정일과 광명성절에 대한 생각이 이제 바뀌고 있다”면서 “백두혈통이나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강제로 끌려나와 마지못해 참가하니 ‘광명성절’ 행사장은 소란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