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일 애도행사에 주민들 ‘인원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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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김정일 사망 12주년 각종 애도행사와 관련해 주민들 인원장악(출석여부 확인)을 했다는 소식입니다. 12년째 강요하는 애도행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주민들에게 당국이 올해는 행사참석 여부를 상부에 보고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7일 북한에서 김정일 사망 12주기를 맞으며 각종 애도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화환을 증정하고 영화문헌 학습을 진행하는 등의 애도행사에 주민들은 대부분 당국이 인원장악을 하기 때문에 강제로 참가하는 분위기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7일 “오늘 오전에는 각 조직별, 단체별로 태양동상에 나가 꽃바구니를 증정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시간대로 나누어 영화문헌학습을 진행해야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진 제강소의 청년조직과 직맹조직은 각 조직별로 모여 오전 7시부터 8시 사이에 태양상 꽃다발 증정을 끝냈다”면서 “영하 15도 이하 추운 날씨에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포항구역 태양광장에 모여 헌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하지만 꽃바구니 증정에 나선 대부분의 주민들은 추위에 떨며 불평과 불만을 터뜨렸다”면서 “작년에 증정했던 꽃바구니를 보관했다가 또 증정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기에 형식적인 애도행사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강산이 온통 눈에 덮이고 추위에 가로수마저 얼어드는 12월에는 헌화에 생화를 놓지 못한다”면서 “겨울헌화는 각 공장, 기업소 명을 적은 조화꽃바구니나 화환을 놓았다가 다음날에 찾아오고 잘 보관했다가 다음 겨울에 다시 쓰는 것이 상례”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마저 감기와 몸살 등의 구실을 붙여가며 애도에 빠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당국은 올해에는 인원장악이라는 통제카드를 꺼내 들었다”면서 “감기 등 병명에 대한 의사소견 진단서가 있는 조건에서만 고의적으로 불참한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요즘 매일 애도행사에 동원되었는데 오늘(17일) 오전에 단체로 헌화했다”면서 “이어 오전 10시, 오후 3시, 5시에 방영하는 덕성실기 영화문헌을 시청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덕성실기 영화문헌학습은 과거 김정일이 생전에 조국과 인민을 위한 애민애족정신으로 헌신했다는 내용으로 제작된 기록영화를 학습의 방법으로 시청하는 것을 말합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각 조직과 단체들에 동상헌화와 영화문헌 학습참가자 명단을 작성해 상부에 보고하라는 지시가 최근 내려졌다”면서 “행사 참가율을 높여 김정일 사망 12주기 애도분위기를 최대로 띄우라는 중앙의 지시가 하달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오늘 오전 조선중앙 텔레비죤으로 방영한 영화문헌학습은 김정일 생전에 각 지방을돌며 현지지도를 한 기록물”이라면서 “언제나 인민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했다며 위대한 영도자로 높이 찬양하는 덕성실기 형태로 기록한 문헌영화”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청년들은 동상헌화를 마치고 소년회관에서 단체로 모여 시청했다”면서 “영화문헌 학습에 이어 청년 간부 4명이 단상에 올라 결의 토론을 하는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얼어드는 발을 동동 구르느라 내부는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추위에 더해 정전이 되면서 조명이 꺼졌다, 켜졌다를 수차례 반복하자 참가자들이 아우성치면서 행사장이 한동안 복잡해지기도 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