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박탈감 준 김정은의 과한 애민 행보
2024.08.19
앵커 :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대로 수해민 1만 3천 여명을 평양으로 초청했습니다. 북한 매체는 연일 이들의 소식을 자세히 전하며 ‘애민 정신’을 부각하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시각은 비판적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와 자강도, 양강도 등에서 수해 피해(7.27~28)가 발생한 후부터 김정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과잉된 인민애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1만 3천여 명의 취약 수해민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만찬을 베풀고 학생 교복 등을 선물하거나 어린이를 안아주는 장면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는데,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심기는 복잡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일부 수해민들이 평양으로 초청되어 최고 존엄의 환영사를 듣는 모습이 텔레비죤(텔레비전) 방송으로 (16일) 보도되자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마다 큰 수해 피해를 입는 지역이 있었지만 피해를 위로하는 (김정은의) 연설을 들으며 1호 행사에 참가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17일 연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수재민들이 숙식하는 평양 4.25여관을 찾아 학생들에게 교복 등을 선물하고 가방까지 메어주는 모습이 보도되자 신의주와 의주군 등 수해 지역 주민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전했습니다.
평안북도와 자강도 등 수해 지역에서 평양에 초청받지 못한 수해민들과 자녀들은 숙식 장소와 일주일 분의 식량, 주민 부담으로(다른 지역 주민에게 과제로) 거두어들인 중고 의류 외에 국가적 혜택이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수해민이라도 차별을 느낀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특히 “평양으로 올라간 수해 지역의 어린이들이 이밥(쌀밥)과 고깃국 등 만찬 상 앞에 있는 모습이 방영되자 평양으로 올라가지 못한 수해 지역 어린이들은 ‘한 번만 저렇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어보고 싶다’고 말해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에 초청된 수재민과 어린이들은 양강도와 평북도 자강도에서 발생한 수만 여명의 수재민들 속에서 1만 2천명 정도로 전체 수재민 20퍼센트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행에 선발된 아이들보다 선발되지 못한 아이들이 더 많은데 선발된 아이들은 수재민들 속에서 간부들과 핵심당원들의 자녀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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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특히 “수해 지역에서 평양으로 올라간 어린이들이 만찬상에 앉아 카스테라(카스텔라) 빵을 손에 쥐고는 그걸 김 위원장에게 경쟁적으로 주는 장면에서 주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만찬상에 차려진 이밥(쌀밥)에 고깃국은 물론 카스텔라(카스텔라)는 일반 사람들이 먹어보기 힘든 음식”이라면서 “만성적인 식량난에 자녀에게 한번 이밥(쌀밥) 한 그릇 해주지 못하는 부모들은 괜한 죄책감으로 텔례비죤을 끄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평양으로 올라간 수해지역 어른들과 어린이들이 평양 물놀이장에서 수영복을 입고 즐겁게 노는 모습을 놓고는 ‘인민을 기만하는 당국의 정치에 신물 난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강냉이밥이라도 인민들에게 실컷 먹여주고 인민 사랑을 선전하는 것이 맞지 않냐”며 “일부 수재민과 어린이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선물과 만찬으로 인민 사랑을 요란하게 선전하는 이유가 심각한 생활난으로 깊어지는 주민 불만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분명해 보이는데, 이런 선전은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말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등지에 홍수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자 두 차례 직접 현장을 찾아 수해민들을 평양으로 데려와 돌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 수해민 일부가 ‘평양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평양으로 떠난 것으로 확인됐으며 북한 매체는 수해 지역 주민 1만3,000여 명이 평양4·25여관과 열병훈련기지에 입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