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진핑에 구두 친서…“경제난 극복 의도”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0.05.08
kim_reappearance_b 사진은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구두 친서와 관련해 최근 북한이 겪고 있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 중국의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의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 극복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내용의 구두 친서를 보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2월 중국에서 신형 코로나가 확산하던 시기 위문서한과 함께 지원금을 보낸 지 석 달여 만에 대중 ‘친서 외교’를 재개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중국 내 신형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서서히 경제 정상화에 들어가는 시점에 친서를 보낸 것과 관련해 최근 심화된 경제난을 중국의 도움으로 해결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북제재 장기화와 신형 코로나 사태로 인해 북한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신형 코로나 확산 책임을 놓고 미중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시점에 공개적으로 중국을 지지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미중 간 신형 코로나 갈등 상황, 중국이 세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그 부분을 먼저 언급한 것은 중국이 필요로 할 때 원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손을 내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경제난 뿐 아니라 신형 코로나 사태로 인한 보건 위기 등 당장 봉착한 어려움을 중국의 도움으로 극복하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있는 데는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비핵화 대화 재개에 대비해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 러시아 등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와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앞으로의 대미 협상 국면에 있어서 사전에 기반을 닦으려는 목적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북한의 이 같은 태도가 반가울 것이라며 신형 코로나 사태가 더 누그러지면 본격적으로 북중 간 교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북중 모두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으로 양국 관계는 더욱 밀접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어려움에 빠진 북한이 당장 풀릴 가능성이 없는 미북 관계보다는 중국과의 관계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은 위원장이 여러 가지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순천의 인비료공장도 여러 가지로 미뤄 즉각 가동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신형 코로나 사태와 대북제재의 여파로 북한 경제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실 즉각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는 중국뿐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전통적인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하면서 신형 코로나 사태 이후 다시 중국의 지원 재개를 요청했고, 중국이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향후 더 규모가 크고 신속한 대북 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현 시점에 본인이 직접 한 말을 전달하는 방식의 이른바 ‘구두 친서’ 발송 사실을 공개한 것은 최근 20일 동안의 잠행 이후 건재함을 과시할 필요가 있음에도 신형 코로나 때문에 광폭 행보를 보이기 어려운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 북한의 무역상대국이 급감함에 따라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앞서 한국 무역협회는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2018년 91.7%에서 2019년 95.2%로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북중 간 무역액은 그 전해보다 15% 넘게 증가한 28억 437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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