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의 김정은 원수 견장에 의아한 북 주민
2022.04.27
앵커: 어제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인민혁명군(항일빨치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에 김정은이 원수 계급을 단 군복을 입고 참석했습니다. 공식석상에선 처음입니다. 그런데 대원수와 똑같이 제작된 원수 군복과 견장에 주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군 관련 소식통은 26일 “어제(4월 25일)밤 평양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김정은이 입고 나온 원수 견장(어깨에 다는 계급장)에 대해 많은 주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김일성, 김정일의 대원수 견장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2010년 9월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자로 처음 공개되기 하루 전에 대장 군사칭호(계급)를 받았던 김정은은 2년 후인 2012년 7월에 공화국 원수가 되었다”며 “김정은이 원수 견장을 단 군복을 입고 공식행사에 나타난 것은 (원수 칭호를 받고) 10년만에 처음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사실 작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전시장에 원수복을 입은 김정은의 사진이 처음 공개된 적이 있다”며 “이때는 김정은의 어깨에 있는 원수 견장이 대원수 견장과 같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원수복을 입고 연설하는 김정은의 모습이 TV 화면에 오래 비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달고 나온 견장은 대원수 견장이 아니라 새롭게 달라진 공화국 원수 견장이 맞다”라면서 “작년 9월경에 군사칭호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는 군대내 규범인 내무규정에서 공화국 원수의 견장과 팔소매 장식 도안(디자인)이 달라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원래 공화국 원수 견장 도안은 국장 옆에 있는 원수별을 작은 목란꽃 줄기가 절반 정도 감싸는 것이었는데 대원수처럼 목란꽃 줄기가 별을 다 감싸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원수 견장 도안 변경으로 인한 혼선으로 인해 일부 한국 언론에서는 김정은이 대원수 계급장을 달고 열병식에 참석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북한군의 군사칭호는 장령(장군)급에 속하는 소장(준장), 중장(소장), 상장(중장), 대장 위에 차수, 원수, 대원수 칭호가 있습니다. 원수는 다시 인민군 원수와 공화국 원수로 구분되며 김정은은 29살이던 2012년 7월 대장에서 차수와 인민군 원수를 건너뛰고 한 번에 공화국 원수로 되었습니다.
공화국 원수와 대원수는 김일성 일가에게만 붙여지는 명칭입니다. 1953년 7월 전쟁이 끝난 후 원수 칭호를 받은 김일성은 1992년 4월에 생일 80주기를 맞아 대원수가 되었고 1992년 4월 원수가 된 김정일은 사망 직후인 2012년 2월에 대원수로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군 관련 소식통은 26일 “김정은이 달고 나온 원수 군복과 견장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며 “공화국 원수의 견장 도안이 달라진 내용이 담겨 있는 군사규정 자체가 사회에서는 알 수 없는 비밀에 속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작년 당창건기념일(10월 10일)때 원수 군복을 입은 김정은의 사진이 공개된 직후 공화국 원수 군복과 견장 도안이 김일성, 김정일이 받은 대원수와 비슷하게 바뀐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수령일가의 백두혈통을 강조하거나 우상화 선전을 위해 군 규정을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1992년 김정일이 원수 칭호를 받을 당시에는 인민군 원수 칭호는 없이 공화국 원수 하나만 있었다”며 “당시 인민무력부장이었던 오진우도 김정일이 원수 칭호를 받을 때 같이 원수가 되었는데 얼마 후 군 규범에 인민군 원수 칭호를 새로 제정해 김정일은 공화국 원수로, 오진우는 인민군 원수로 구분되게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공화국 원수 군복과 견장 도안 변경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반드시 김정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인민군 원수 칭호의 제정이 백두혈통과 일반인의 확실한 차별을 위한 것이라면 달라진 원수 군복과 견장은 김정은을 김일성, 김정일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일이 겉으로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있다”며 “행사장 정면에 항상 걸리던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없애고 자기 개인 단독 초상화를 등장시킨 김정은, 죽은 후에야 수령으로 불린 김정일과 달리 수령 직함까지 다 차지한 김정은의 욕망과 야심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