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괴뢰 부름말 박멸하자” 남한 말투 차단 총력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23.12.27
북 “괴뢰 부름말 박멸하자” 남한 말투 차단 총력 2023년 12월 4주차 학습제강 표지 (조선로동당출판사)
/ RFA PHOTO

앵커 : 북한은 2023년 평화문화어보호법, 국가비밀보호법, 적지물처리법 등을 새로 채택했습니다. 모두 북한 사회에 만연한 남한 문화를 없애는데 초점을 맞춘 법인데요, RFA는 이 같은 법의 조항을 자세히 해설한 학습 제강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2023118,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했습니다. 이어 2 2일에는 국가비밀보호법, 적지물처리법을 채택했습니다. 이후 이 법을 적용해 주민들을 단속하고 처벌해 왔는데요,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 학습을 통해 법의 각 조항을 다시 주입하고 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 25일 “요즘 각 단위와 조직별로 새로 제정된 국가 법률 학습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전체 주민들이 국가의 법을 잘 알고 그 요구를 철저히 지키라는 의도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2 4주에 배포된 정기 학습제강은 간부와 당원 및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제시됐다”면서 “강의는 간부의 경우 1시간, 당원 및 근로자들은 45분간 진행하게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이 전한 학습제강의 제목은 ‘새로 제정된 국가의 법들을 잘 알고 그 요구를 철저히 지킬데 대하여’ 입니다. 북한에서 학습제강은 당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주요 내부 문제를 다루는 일종의 지침서입니다.

 

학습 제강은 ‘평양문화어보호법에 대하여’, ‘국가비밀보호법에 대하여’, ‘적지물처리법에 대하여’, ‘과학기술인재관리법에 대하여’ 4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모두 올해 새로 채택된 법입니다.

 

소식통은 “맨 앞부분에 다뤄지고 있는 평양문화어보호법에 가장 비중을 많이 두고 있고 다음은 국가비밀보호법, 적지물처리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마지막에 포함된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은 앞의 세 개의 법과는 다른 부분의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세 개의 법을 설명하기 위해 구색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선 ‘평양문화보호법부분에서는 괴뢰말의 찌꺼기를 박멸하자며 특히 부름말을 주의할 것을 강조합니다. ‘국가비밀보호법에서는 국가 통계 자료의 유출을 강력히 경고했고 적지물처리법에서는 남한에서 오는 삐라를 신고해 소각 매몰할 것을, 전자제품, 기억매체, 식료품 등은 신고 후 파손, 소각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첫 번째 학습목표인 ‘평양문화어보호법’은 괴뢰 말투를 사용하는 현상을 근원적으로 없애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법에 대해 반감이 많다”면서 “특히 학습제강에서 ‘오빠’, ‘누나’를 괴뢰말찌꺼기로 규정하며 금지한데 대해 우리 민족이 조상대대로 불러온 말이 무엇이 잘못됐냐고 비판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 26일 “이달에 당이 제시한 정규학습으로 인해 주민들이 지쳐 있다”면서 “당에서 새로 나온 각종 법률들을 강제로 학습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주 정규학습 목표는 크게 ‘말조심, 국가 비밀 유출 금지, 적지물 신고, 과학기술인재 감독과 통제 관리’로 나뉜다”면서 “그중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문제가 주민들 속에 퍼져있는 남한 말에 대한 법적 처벌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학습참가자들은 새로 제정된 법들을 주입하면 할수록 다양한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당에서 괴뢰말로 지정한 단어들은 대부분 선조들이 고막년(옛날 옛적)부터 사용한 말인데 이제 와서 괴뢰 말투라며 쓰지 말라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학습에서 괴뢰 말투를 퍼뜨리거나 사용한 데 따른 법적 처벌 원칙도 제시했다”면서 “남한말을 본따거나 유포하면 그가 누구든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무기 로동교화형부터 사형 등 극형에 이르기까지 처벌한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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