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지원 등 ‘기술∙외교’로 북핵 위기 해결 모색”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20.07.27
kedo_nk_b 지난 1997년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에서 열린 북한 경수로 원자력 발전소 부지 정지 공사 착공식 모습.
/AP

앵커: 미북 간 실패한 외교적 관여로 평가받는 1994년 제네바 합의의 대북 경수로 제공과 같은 이른바 ‘기술∙외교’로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크리스 로렌스 교수는 최근 계간지 국제안보(Quarterly Journal: International Security)에 기고한 글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흑연감속 원자로 및 관련시설을 대체할 경수로 원자로를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1994년 미북 간 제네바합의에 주목했습니다.

로렌스 교수는 제네바 합의가 마치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에 ‘당근’을 제공하다 실패한 협상으로 인식되지만, 이는 단지 문서상의 관계정상화 약속에 대한 신뢰도 문제나 북한에 경수로 원자로를 건설하는 데 있어 분명한 기술적 도전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경수로 사업’에 대해 제네바 합의에서 밝힌 북한의 정치적 변화를 위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정치적, 기술적 분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Political and technical analysis reveals how the LWR project helped build credibility for the political changes promised in the Agreed Framework.)

로렌스 교수는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경수로를 제공하기로 한 ‘기술∙외교(techno-diplomacy)’가 유용한 북핵 위기 해결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수로 사업’에 걸리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은 오히려 화해를 위한 북한과 외부세계의 정치적 관계를 바꿀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고, 북한과의 신뢰 부족과 같은 구조적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 로렌스 교수의 설명입니다.

제네바합의는 미국이 북한에 2003년을 목표시한으로 총 발전용량 약 2천 메가와트의 경수로를 제공하고, 북한은 경수로와 대체에너지 제공에 대한 보장서한을 접수하는 즉시 영변 흑연감속원자로와 관련시설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해체하도록 했습니다.

미국은 당시 합의서에서 북한에 제공할 경수로의 재정조달이나 공급을 담당할 국제 컨소시엄, 즉 협력단을 주도적으로 구성하고, 이를 대표해 북한과 접촉하며 합의문 서명 후 6개월 내에 북한과 경수로 제공을 위한 공급계약을 체결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기로 했습니다.

또 북한은 흑연감속원자로 및 관련시설 동결을 합의문서 체결 후 1개월 내 완전히 이행하고,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러한 동결상태를 감시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로렌스 교수는 이처럼 ‘경수로 제공’사업의 추진 과정은 북한이 국제사회와 기술적 협력, 공통의 이익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영입되고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할 필요성이 없게 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당시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은 동결했지만 또 다른 핵폭탄 제조기술인 비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관련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첩보 당국에 의해 발각되면서, 북한이 핵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 목적이었다는 주장과 북한이 속임수를 쓰긴 했지만 미국도 북한 측에 당근을 적시에 제공하지 못해 제네바합의가 파기됐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네바합의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대사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경수로 사업’은 미국과 북한의 관계 정상화 과정을 돕기 위한 정치적-외교적 구조물을 설립하려는 것이었다는 로렌스 교수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미북 간 관계 정상화에 성공만 한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북한이 진정으로 미국과 새로운 정치적 관계를 원한다고 믿었고, 경수로가 그 같은 관계의 물리적인 징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I thought the North genuinely wanted a new political relationship with the US, and the LWRs were to be a physical manifestation of that relationship.)

한편, 미국 워싱턴 스팀슨센터의 올리 하이노넨 박사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네바합의는 합의 이행 과정 중에 북한이 행동을 변화시키고 핵프로그램을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에 기반을 둔 외교적 합의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경수로 제공으로 북한과 재협상에 나선다면 반드시 북한의 우라늄농축 개발 금지 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평화적 목적으로 경수로를 가동하는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국제시장에서 문제없이 경수로용 연료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우라늄을 농축해 경수로 원자로 가동을 위해 우라늄을 농축할 필요가 없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