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 선대 지도자 신비화 부정 사례에 주목”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20.05.21
rock_wrighting_b 금강산 등산길에 있는 김일성 칭송글.
/연합뉴스

앵커: 한국 통일부가 북한이 선대 최고지도자를 신비화, 신격화했던 부분을 부정하는 모습를 보이고 있다며 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신격화 사례가 흔치 않아졌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 20일 김일성 주석의 축지법에 대해 보도한 내용에 대해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내에서 선대 최고지도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신비화, 신격화 작업을 부정하는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이를 주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해당 보도를 통해 김일성 주석의 축지법과 관련된 일화가 북한 인민들의 도움으로 일본과 전투에서 승리하자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축지법에 대해서는 “사실 사람이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땅을 주름잡아다닐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10월 금강산 관광 정책 비판 등 현재 지도자가 선대 지도자의 신비화를 부정하는 것과 관련된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보도는 인민들에 대한 사상, 즉 애민사상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한국 측 시설을 들어내라고 주문하며 “(금강산 관광 사업은) 손쉽게 관광지를 내주고 득을 보려했던 선임자들의 잘못”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신격화 사례는 살펴봐야겠지만 흔치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한국 내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우상화, 선전선동 사업에 현실적인 감각이 가미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상화와 선전선동 사업이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이뤄지면 그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북한 당국이 판단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김정은 위원장은 유럽 유학 경험도 있고 유럽식 사고도 갖고 있습니다. 우상화, 선전선동 사업을 과거와 같이 하면 북한의 대외적인 인상도 좋지 않게되고 북한 주민들도 믿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실적 사고를 가지고 우상화 사업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관련 보도가 나온 것으로 봅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당시보다 고차원적인 우상화, 선전선동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현실적인 감각을 가미한 우상화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자긍심도 고취시켰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난 통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지난 20일 김일성 주석의 축지법과 관련된 보도와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금강산 지역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선임자들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김 위원장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축지법 같은 우상화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지난해 10월 금강산 지역에서 한 발언의 경우 북한은 현실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추구하려 했는데 그걸 (선임자들이) 한국 특정기업에 줘서 안 됐다는 지적을 한 겁니다.

다만 한국 내 전문가들은 김일성 주석의 축지법에 대한 북한 매체의 보도를 선대 지도자의 영향력 지우기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김 전 차관은 “이번 보도는 선대 최고지도자와 선을 긋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모든 문제는 실용적인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현대의 문제 해결은 과거의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기조가 김정은 시대의 특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동열 원장도 “김 위원장이 선대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도 중요하지만 모든 것은 현실에 기초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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