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에 ‘중국 결심땐 북한 문제 2초만에 해결’ 말해”
2024.08.28
앵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취임 초기 채택된 미국의 대북 정책인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 하지만 이 정책에 대한 미국 안보부처 장관들의 일관된 입장이 깨지면서 실패했다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27일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직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활동할 때를 회고한 저서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나의 임무 수행(At War with Ourselves: My Tour of Duty in the Trump White House)>을 발간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당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그는 당시 미 정부 국가안보팀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이유에 대해 미국과 한국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21,000여개의 포대와 로켓 등 방대한 재래식 무기로 미국과 한국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핵무기까지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개발 이유는 북한 주도의 한반도 재통일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이 목표를 위해 더 공격적으로 전쟁을 시작하기 쉬울 것으로 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국가안보팀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이란과 중동에서 핵무기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할 위치가 되면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을 의심하며 자체 핵무기를 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북한이 핵역량을 이란, 테러단체 등에 팔 수 있어 북한 비핵화는 반드시 이뤄야 하는 목표로 보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를 위해 당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거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들이 실패한 패턴을 설명하며 ‘최대한의 압박 전략’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엔 북한이 도발을 하면 미국은 북한을 협상장에 나오도록 양보(concession)하고 그렇게 시작된 협상은 지진부진하다 북한 핵 현상유지 대가로 북한에 보상을 주면서 합의하지만 북한은 나중에 이 합의를 파기하는 식이었다며 이를 반복하지 않는게 중요하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서는 안되는 3가지 지침을 소개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첫째,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협상장에 서둘러 가려하지 말고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시험 중단 대가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이른바 ‘동결 대 동결’ 접근을 하지 않는다.
둘째, 외교와 군사력 사용을 별개로 보지 않는다. 성공적인 외교는 북한에 군사력을 사용할 수 의지와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이를 때까지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침에 동의했고 2017년 6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에게 북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당신이 원하면 중국은 북한 문제를 2초안에 해결 수 있다”면서 “중국은 북한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등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막대해 이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에 중국 측 대표단은 “북한이 세계의 위협이고 비핵화가 유일한 수용가능한 결과이며 최대한의 압박이 적합한 접근이라는데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중 시리아 공군기지에 미사일 공습을 단행하고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실시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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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틸러슨 국무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최대한의 압박 정책으로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돼 전쟁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면서 이 정책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유엔에서 추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추구하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못마땅하게 보았고, 매티스 장관은 불법해상환적을 하는 북한 선박을 단속하는 것보다 외교적 압박만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회고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을 통해 북한과 협상하는 것을 제안했는데 이는 최대한 압박 정책과 불일치하는 것으로 북중 간 화해를 가져오고, 북한 핵문제를 지정학적 완충지대로 사용하려는 중국에 이용되면서 대북 압박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자신은 반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했는데 중국이 추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지지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않고 모든 당사국의 균형된 접근이라는 옛날 표현을 썼다면서 이는 틸러슨과 매티스의 ‘평화적인 압박’ 발언을 보면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선택지에 진지하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그는 분석했습니다.
틸러슨은 이어 자신이 북한을 너무 강하게 밀어부친다면 비상사태가 올 수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등 미국 국가안보팀 내에서 대북전략 이행에서 갈등이 심화됐다고 그는 소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만날 수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대북 압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그는 회고했습니다.
최대한의 대북 압박정책은 대통령과 그를 대변하는 장관들 모두의 일관된 입장이어야 강력한데 그렇지 않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깨고 한미군사훈련을 취소했고,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가 식물인간이 된 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오 부모 앞에서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북 압박은 소멸됐고 바이든 현 행정부 때 북한은 고립되기보다 더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당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미국 측에 김정은은 방어를 위해 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미국과 다른 북핵 대응 입장을 취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대신 중국 및 러시아가 북한 문제를 다루도록 하는게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