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에 인민군창건절 원호사업 강요

0:00 / 0:00

앵커 : 북한 당국이 전 주민을 대상으로 인민(혁명)군 창군 90돌 원호사업에 나설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민군대 원호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문제 삼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3일 “이달 초 당에서 전체 주민들에게 4.25 인민군 창건절을 즈음한 원호사업을 지시했다”면서 “청진시의 경우, 각 구역별로 인민반에서 인근 부대를 방문해 원호물자를 전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정된 원호물자는 치약, 칫솔, 세수비누, 빨래비누, 학습장, 원주필(볼펜) 중에서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물품”이라면서 “그 외에 4.25 인민군절을 맞은 군인들에게 영양가 있는 충실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에 청진시 포항구역 인민반에서는 매 세대에서 군부대 식사제공용으로 쌀 500g과 반찬으로 김치, 계란(1알)에다 물고기나 돼지고기 중에서 한가지를 300g씩 거두고(걷고) 있다”면서 “여맹일꾼들이 음식을 만들어 4월 25일에 지정 부대를 방문하여 식사제공과 노래공연 등 원호사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에서는 4.25 인민군절을 지낸 다음 조직별로 원호사업총화를 할 것을 예고했다”면서 “이에 인민반들은 원호사업에서 불성실한 세대에 대해 문제(사상성)를 보겠다고(문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억지로 원호사업에 참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들은 해마다 4.25 인민군창건절을 계기로 주민들에게 원호사업을 강제하는 데 대해 굉장히 불만이 많다”면서 “비록 한 끼 식사라고 하지만 주민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군대에 맛있는 식사를 무슨 수로 제공하라는 것이냐며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3일 “당에서 올해 4월 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절 90돌로서 모두가 인민군대 원호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시했다”면서 “해마다 4월 25일에 인민군대 원호사업을 해왔지만 올해는 정주년이어서 더 요란하게 원호사업을 진행하라고 당국이 성화를 부리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도당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함흥시의 각 구역에서 이달 초부터 인민군대에 보낼 원호물자를 거두고(걷고) 있다”면서 “군인들이 입을 속내의로부터 시작하여 치약과 칫솔, 비누와 학습장, 필기도구외에도 식량과 식품을 원호물자로 바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인민반에서 세대별로 거둔 원호물자는 각 지구(1개지구에 7개 인민반)에 모집된 후 동당의 지시에 따라 처리된다”면서 “주민들이 바친 원호물자가 목표량에 부족할 경우 해당 인민반장과 소속 여맹 간부들이 대신 원호물자를 맞춰야 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일부 주민들은 당에서 원호미를 바치라고 하지만 자신들도 먹을 쌀이 없다면서 원호미 대신 콩을 바치기도 한다”면서 “만약 원호물자를 바치지 않으면 (사상을) 다르게 보겠다는 엄포가 계속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두려운 마음에 세수수건 하나라도 마련해 바치는 시늉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나라의 경제력이 따라주지 않아 군인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실상은 안타깝지만 당연히 나라에서 책임져야 할 군인들의 후방사업을 주민원호사업에 의지하려는 당국의 처사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북한당국은 1948년부터 인민군 창건절을 2.8절(2월8일)로 1978년까지 30년간 기념하다가 인민군의 뿌리가 1932년 4월 25일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창설에서 시작되었다는 논리를 내세워 1979년부터 2018년까지 40년동안 4월 25일을 인민군창건일로 변경해서 기념했습니다. 그러다 2019년부터 다시 4월 25일은 ‘인민혁명군절’로, 2월 8일은 ‘조선인민군절’로 명칭을 바꾸면서 북한 주민들도 인민군 창설일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