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앞두고, 북한 외무성이 평양 주재 해외 공관과 인도주의 단체에 새로운 지침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북한 주재 외교공관을 두고 있는 한 국가 외교부 관계자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주재 외국 대사관과 인도주의 단체, 그리고 국제기구 등에 북한 외무성이 8일 새로운 지침(protocol)을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같은 새로운 지침이 8일 북한 내 해외 외교관, 국제기구 직원 등 외국인들에게 배포됐다고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도 인터넷사회연결망인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습니다.
이 지침에 따르면 평양 주재 외교관들과 인도주의 단체 직원들은 조선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장에 가까이 접근하거나 사진 촬영을 해서는 안됩니다.
또 지침에는 호텔과 상점, 식당에서 체온 측정과 손소독 등 방역지침을 준수해야 되고, 평양 시내에서 차량 이동 자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어 열이나 기침이 있는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직원들은 평양 외교관 구역에 있는 외교관 전용 병원인 평양친선병원에 통보할 것도 요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하루 앞둔 9일 당 간부들이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날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비롯한 당 중앙지도기관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 매체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했다는 소식은 전하지 않고,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김정은 위원장의 명의로 된 꽃바구니가 진정됐다고만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이신욱 한국 동아대학교 교수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같이 찾지 않고, 외교관들과 외국인들에 대해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장 출입을 금지한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으로 보인다"며 "최고 존엄인 김정은 위원장의 코로나19 감염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신욱 교수: 코로나 청정지역이라는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호텔, 상점, 공공장소에 체온계와 손소독제를 비치한 것은 평양을 제외하고는 코로나가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퍼져있을지 모른다는 북한 정부의 공포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적인 코로나19사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 2월 김정일 생일 광명성절, 4월 김일성 생일, 태양절을 취소한 것과는 달리 이번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진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선임 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다른 간부들과 함께 참배하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19에 대한 잠재적인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인적으로 그곳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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