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 민생 외면한 채 열병식...비핵·평화 길로 나와야”
2023.07.31
앵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 개최는 주민들의 민생을 외면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핵 개발과 군사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7월 27일 밤 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이른바 ‘전승절’ 70주년을 기념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야간 열병식을 개최한 북한.
한국 정부는 31일 이와 관련해 북한이 주민들의 민생을 외면하고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규탄했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 북한이 한국과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민생을 외면한 채 최근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인 것에 대해 규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올해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핵화와 평화 모색보다는 핵 개발과 대결 자세를 고집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 개발과 군사적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과 평화,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올바른 길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열병식에서 관심을 모은 북한의 신형 무인기들에 대한 분석은 더 필요하지만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의 말입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북한이 새로 공개한 무기체계에 대해서 한국 군은 탐지·타격에 필요한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무인기 정찰 능력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앞서 북한은 열병식에서 미국 공군이 보유한 무인기 RQ-4 ‘글로벌호크’ 및 MQ-9 ‘리퍼’와 비슷한 외형의 무인기들을 선보였는데, 외형만 닮은 것일 뿐 미국 무인기 수준의 정찰·공격 능력을 보유하지는 못했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군은 창설 작업 중인 ‘드론작전사령부’가 “전략·작전적 수준의 탐지, 감시, 타격, 심리전, 전자전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진행중이다”라며 무기체계가 전력화되면 바로 임무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열병식이 한층 강해진 공세성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분석도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와 참가인원 규모 등으로 볼 땐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지난해 4·25 열병식의 60~70% 정도에 그쳤다면서도 신형 무인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술핵무기, 수중핵어뢰 등을 선보이며 향후 대미·대남 무력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공세성은 더 강경해졌다는 것입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중국·러시아 3국이 연대와 외교·군사분야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며, 특히 중·러 축하사절단은 ICBM을 비롯한 북한의 핵무기를 사실상 용인하는 태도를 연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행보로, 향후 외교적 파장은 물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력에도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측이 평양을 찾은 외빈 가운데 중국보다 러시아 대표단을 훨씬 부각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관영매체에 실린 양 측의 사진 수나 러시아 측을 강조하는 연출 방식 등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지난 27~28일자 노동신문에 중국대표단 사진은 30장이 실린 반면 러시아 대표단 사진은 3배 가까운 84장이 실렸고, 러시아 관련 보도에선 중국과 달리 ‘견해 일치’, ‘전략전술적 협동과 협조’, ‘공동전선’, ‘전략적 단결’ 등 밀착 관계를 나타내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의 의도라기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도 신경써야 하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과의 밀착이 절실한 러시아의 입장 차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군은 이날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상 금지된 불법 무기 거래’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