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정찰위성 재발사에 “일부 진전...‘비상폭발체계 오류’ 주장 검증 필요”

0:00 / 0:00

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재발사에 대해 일부 진전은 있지만 완전하지 않다고 평가했고 비상폭발체계 오류로 실패했다는 북한의 주장 등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24일 군사정찰위성 재발사를 감행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이날 신형 위성운반 로켓 천리마 1형에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어 발사했지만 1, 2단계 정상비행 후 3단계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 오류로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

비상폭발체계, 즉 비행종단시스템(FTS)은 비행 중인 발사체가 궤도를 이탈하는 등 긴급상황 발생 시 지상에서 강제로 폭파하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해당 사고원인이 계단별 발동기(엔진)의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오는 10월 3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발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지난 발사에서 문제가 됐던 엔진이 이번 발사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며 어느 정도 진전은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명예연구위원은 “지난 실패 당시 북한은 새로운 엔진의 안정성·신뢰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는데 엔진의 안정성ㆍ신뢰성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며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이번에 성공했다고 해도 다음에 성공한다는 보장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일부 진전은 있으나 완전히 해소됐다고는 볼 수가 없는 것이죠. 왜냐하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려면 적어도 한 10번 이상 발사를 해서 90% 이상 신뢰성을 보여야만 해소했다고 말할 수가 있는 거예요. 이제는 한 번 실패했고 한 번 성공했으니 50% 확률이잖아요. 아직까지 갈 길이 더 있는 것이죠.

북한 관영매체가 비상폭발체계 오류로 실패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이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정상적으로 비행을 하다가 비상폭발체계 시스템 오작동으로 폭발했다는 것으로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다른 곳에 문제가 생겨 비상폭발장치가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이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은 문제가 생겼을 때 러시아ㆍ중국 쪽에서 자문을 받았을 것이고 필요한 물자를 획득할 때에도 두 나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러시아ㆍ중국의 도움 없이 이렇게 빨리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1단, 2단, 3단 엔진 쪽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북한이 큰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류 전문위원은 비상폭발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 “북한 주장대로 비상폭발체계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지만 진행상황을 외부에 정확히 알리지 않으려는 의도 등으로 스스로 폭파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10월에 3차 발사를 하겠다고 예고한 것과 관련해서는 “비행제어 기술 등이 제대로 작동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첫 번째는 액면 그대로 북한 발표대로 지금 비행을 중단시키는 비상폭발체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 자신들이 폭파 지시를 내렸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것은 양쪽 다 좀 열어놓고 지켜봐야 될 것 같아요.

북한은 지난 5월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실패한지 85일 만에 재시도를 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통상 (정찰위성을) 재발사하려면 문제됐던 부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하는데 서두른 측면이 크다”고 말했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미사일 등에 비해 정찰위성 분야에서는 한 발도 떼지 못한 만큼 감시ㆍ정찰 분야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신 국장은 “북한이 시기적으로 한미연합연습 을지자유의방패(UFS) 기간에 발사를 하기 위해 미리 준비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고 “10월 3차 발사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국장:무인기라든지 신형 ICBM, 그리고 극초음속 미사일은 점점 가시화가 되고 있는데 정찰위성 같은 경우는 지금 한 발도 떼지 못하고 있잖아요. 북한 과학자들은 지금 엄청난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북한이 자신들의 정치일정에 정찰위성 발사를 맞추려고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통상 우주로켓발사에 실패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조사ㆍ수정 작업을 거치는데 북한이 10월 3차 발사를 예고한 것은 문제를 수정하고 능력을 개선시키기보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국방 치적을 알리는 데 핵심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또 “한국 합참이 발표했듯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쏘아서 올린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군사적 의미(효용성)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일단 기본적으로는 우리 합참도 발표했듯이 쏴서 올려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군사적 의미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쏘는 것은 김정은이 만들어서 쏘아올렸다는 것이 북한이 보내고 싶은 메시지라는 것이죠.

군은 앞서 지난 5월 31일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여km 해상에 떨어진 북한 발사체의 잔해물을 건져 미국과 공동조사한 결과 북한의 만리경 1호는 매우 조약한 수준으로 정찰위성으로써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결론내린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