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고법, ‘북 미사일 부품 중개’ 한국계 재판 개시
2021.02.03
앵커: 북한의 미사일 부품과 석탄 등의 판매를 중개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 호주인(오스트랄리아인)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호주 검찰은 여러가지 증거를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호주 수도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스주 고등법원(Supreme Court)은 북한 무기 등의 판매를 중개한 혐의로 체포된 한국계 호주인 62세 최창한(Chan Han Choi)의 첫 재판이 열렸다고 호주 일간지인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호주 공영방송 ABC 등이 3일 보도했습니다.
최 씨는 지난 2017년 12월 북한의 미사일 부품과 기술 등을 해외 기관에 판매하도록 중개한 혐의 등 총 7개 혐의로 호주 연방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호주 주요 언론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2017년 체포된 후 재판 없이 3년 동안 수감됐다가 지난해 11월 12일 조건부 보석 허가를 받아 가택연금 상태로 지냈습니다.
최 씨는 평화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활동에 연관돼 있거나 다른 사람들을 선동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적용되는 ‘국가안보 이익(national security interest)’ 관련 죄수로 분류돼 호주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한 교도소 중 한 곳에서 하급법원 재판 없이 3년째 수감 중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호주 언론은 최 씨가 이날 첫 재판에 나서게 됐다며 그의 얼굴과 재판 출두 모습까지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날 재판에 나선 제니퍼 싱글 검사에 따르면 최 씨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과 자신이 관계가 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습니다.
싱글 검사는 호주 시민권자인 최 씨가 북한을 지칭할 때마다 ‘우리 조국’(our motherland)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북한을 최소 7차례 방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싱글 검사는 1987년 호주로 이주한 최 씨가 2000년 호주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60만 달러가 예치된 은행계좌도 가지고 있었으며 북한의 고위 관리 인맥을 이용해 무기를 중개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호주 검찰은 최 씨가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이뤄진 한국의 5·24 조치와 관련해서 북한 고위 관리와 나눈 대화 내용도 가지고 있다면서, 최 씨와 관련된 새로운 증거를 토대로 최 씨가 유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최 씨가 북한 고위 관리와의 대화에서 한국어, 러시아어, 중국어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미사일은 ‘작은 소나무(little pine tree)’, 무기 제조공장은 ‘유아원(nursery)’ 등의 암호를 사용했다고 소개했습니다.
한편, 이날 첫 재판에서 최 씨의 변호사는 최 씨가 독재자 김정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호주 언론들은 최 씨의 재판은 앞으로 최소 4주 동안 지속될 것이며, 최 씨가 유죄로 판명될 경우 10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최 씨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와 1995년 제정된 호주 ‘대량살상무기법(Weapons of Mass Destruction (Prevention of Proliferation) Act of 1995)’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된 첫 번째 인물입니다.
이와 관련,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검찰은 최 씨가 김정은 총비서나 고위 관리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북한의 협조 없이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 북한은 호주 검찰의 주장을 확증하기 위해 협력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호주 검찰이 북한 외무성 또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출신 등 고위층 탈북민들과 접촉해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 정확한 판결을 위해선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