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측이 군에 '동원태세'를 지시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핵 항공모함이 부산항에 입항한 데 따른 대응 조치로 풀이됐습니다. 한국의 국방부는 8일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은 인민군 총참모부가 지난 5일 모든 군부대에 작전 동원태세를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시는 미국의 핵 항공모함이 한국과 미국, 일본의 합동 해상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4일 부산항에 들어온 가운데 내려졌습니다.
북측이 동원태세를 언급한 것은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표한 지난 3월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 북측은 미국의 핵전략폭격기 편대가 남측 상공에 진입하자, 이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인 바 있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측의 이번 동원태세 지시가 한반도 정세를 올해 초처럼 다시 악화시키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진단합니다. 이미 북측은 미국 등을 상대로 이른바 ‘대화 공세’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며, 한반도 긴장을 높이면 대화 분위기도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미국의 핵 항공모함이 부산항에 입항했으니, 북한군도 이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북측이 동원태세를 지시한 이유를 추정했습니다. 한국의 국방부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북한의 동원태세 긴급지시는 미국 항모 입항에 따른 비난과 그에 대한 대응 활동으로 추정되는데…
김 대변인은 “한국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북한이 도발하면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최근 남측 민간단체가 북측 상공으로 뿌린 전단을 북측이 문제삼아 도발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남측의 몇몇 민간단체들은 지난 6일 경기도 연천군에서 전단 50만장을 북쪽으로 날려보낸 바 있으며, 전단에는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가 성추문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묘사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당시 북측 군의 반응도 주목할만합니다. 남측 군 당국의 한 소식통은 지난 6일 민간 단체들이 전단을 날려보낼 때 북측이 고사포와 고사총 등 대공무기를 가동했다고 말했습니다. 북측은 실제 사격은 하지 않았습니다.
8일 국회에 출석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3∼4주 전부터 수일 전까지 수사적인 대남 비방을 강화했다”면서 “북한 내부를 좀 더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 장관은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임박한 동향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의 핵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한 가운데 8일부터 실시될 예정이던 한미일 해상훈련은 한반도로 접근하는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연기됐습니다. 해상훈련은 10일까지 실시될 예정이었습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태풍이 지나간 후 훈련 일정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