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방한...전문가들 “미북 접촉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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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7일 오후 3시쯤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도착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이뤄진 미국 주요 인사의 첫 방한으로, 비건 부장관은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오는 8일부터 본격적인 방한 일정을 시작합니다.

8일 오전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을 만나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갈 비건 부장관은 이어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열어 한미 간 주요 현안과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합니다.

이 자리에선 미국이 추진하는 G7, 즉 주요 7개국을 확대하는 방안과 반중국 경제단위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참여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도 진행합니다.

양국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북한에 도발을 자제할 것과 미북 비핵화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 미북 접촉 성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은 미 국무부가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앞서 FFVD, 즉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조율하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이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압박 메시지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도 지난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에 이어 방한 당일인 7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담화를 통해 미국과 접촉할 의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 북한이 이미 미국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번에도 접촉을 하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해 4월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가져와야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미국 측이 최근 남북 갈등 상황에서 미북 정상회담 추진 등을 언급하며 관계 개선에 나선 한국 정부에 속도 조절을 주문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이번 방한의 목적이 미북 간 접촉이나 정상회담 추진은 아닐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올해 말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면 미국 측의 양보가 필요한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미국 내 여론을 불러올 수 있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트럼프 대통령이 섣불리 미북 정상회담을 하더니 결국 양보를 하고 말았다는 미국 내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스스로에게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양보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신 센터장은 이번 방한과 관련해 지난달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방미에 대한 답방이자 미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동북아시아의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을 마친 뒤 9일에는 이틀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한편 비건 부장관과 알렉스 웡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부대표 등 소수 인원으로 방한한 일행은 한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미국에서 발급받은 신형 코로나 음성 결과를 제출하고 입국 검사와 자가격리를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용기를 이용해 군 공항으로 도착한 것도 민간인 접촉과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