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한국민 피격 사망 사건은 반인륜적 행위...북 강력 규탄”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0-09-24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한국 정부는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한국 공무원이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된 사건을 반인륜적 행위로 규정하고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엄벌, 재발 방지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4일 한국 국방부는 지난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한국 공무원이 해상에서 북한 군의 총격으로 사살됐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은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한국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인 피해자를 실종 신고 접수 하루 뒤인 지난 22일 오후 3시 반쯤 최초로 발견했고, 북한 측 선원은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피해자로부터 월북 진술을 청취했습니다.

이어 6시간 정도 지난 밤 9시 반쯤 단속정을 타고 온 북한 군이 피해자에게 총격을 가했는데, 총격 직전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사살 후에는 방독면과 방화복을 착용한 군인이 기름까지 부어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한국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해당 사건을 강력히 규탄하며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드러내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북한 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할 의사도 없는 한국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청와대는 “북한 군의 행위는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북한은 반인륜적 행위를 사과하고 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한국 국민(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당국에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한국 군을 향해서도 경계태세를 더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청와대는 또 서해 5도를 비롯한 남북 접경지역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한국 국민의 안전한 활동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며, 향후 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는, 이번 사건이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군사합의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도 북한에 대한 강력한 규탄에 동참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이날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한국 국민에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며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의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했습니다.

안영호 한국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한국 군은 북한의 이러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

현 상황을 미국 당국과도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고 밝힌 한국 군 당국은 23일 오후 주한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대북 전통문으로 실종 사실을 통보하고 답변을 요구했지만 북한에서는 하루가 지난 후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황입니다.

서욱 한국 국방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 나와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방역 차원의 대응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서 장관은 이번 사건이 9·19 남북 군사합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평가하고, 서해안 서북도서 지역의 경계 작전 개념을 그대로 준수하면서 감시 장비와 해상세력의 추가 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한국 국민이 입은 피해에 대해 깊이 애도한다며 북한의 행위를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위는 남북 간 화해와 평화를 위한 한국 측의 인내와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 국민의 열망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엄중히 항의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사망한 한국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습니다.

당초 한국 군 당국은 피해자가 자진해서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안을 조사해왔지만, 이날 한국 해양경찰은 유서 등 월북 징후가 전혀 없다는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다만 해경은 피해자가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을 북한의 만행으로 규정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날 북한의 행위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이라는 이낙연 당 대표의 유감 표명을 비롯해 ‘천인공노할 일’, ‘살인행위’ 등의 표현과 함께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소속 의원들의 규탄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후에 알려진 점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제안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뒷전으로 밀어놓은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고,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제2의 박왕자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앞서 한국의 여성 관광객 박왕자 씨는 지난 2008년 7월 관광을 위해 금강산을 방문했다가 통제구역을 벗어나 해변을 거닐던 중 북한 군의 조준 사격을 받아 사망했고, 이 때문에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된 바 있습니다.

한국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날 북한에 의한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북한의 반인륜적인 만행이 동북아시아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북한이 군사적 도발 행위를 중단·포기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병행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향후 남북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최근 한국 정부의 협력 제안에 전혀 호응하지 않았고 미국과도 올 연말 대통령 선거 이후 접촉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혀놓은 상태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기조를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문재인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다시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북한에 대해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그리고 이를 위한 진상 규명을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한국 정부와의 협력을 원했다면 발생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한국 국민을 총격한 이번 조치는 북한이 향후 남북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방부는 지난 23일, 그로부터 이틀 전인 21일 낮 12시 51분쯤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한국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1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해양경찰에 접수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피해자는 전라남도 목포 소재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47살 해양수산서기로 실종 당일 어업지도선에서 업무를 수행 중이었고, 동승 선원들은 당시 실종된 공무원이 보이지 않자 선내와 인근 해상을 수색했지만 선상에서 신발만 발견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