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가 지난해 서해 상에서 벌어진 한국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발생 1년이 넘도록 진상 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9월, 서해 상에서 북한 군에게 피격당해 사망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유가족들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 국민의힘 소속 홍문표 의원은 5일 해경, 즉 해양경찰청이 해당 사건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홍 의원 측은 이날 해경으로부터 제출받은 ‘해경,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후속조치’에 따르면 해경이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앞서 숨진 이 씨의 유가족은 지난해 11월 해경이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고, 진정은 지난 7월 받아들여졌습니다.
해경이 피살된 공무원과 그 유족들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해당 사건 실무를 담당한 관계자들에 대한 경고 권고 조치가 내려진 것입니다.
지난해 사건 발생 당시 해경은 해당 공무원에게 도박 빚이 있었고 정신적 공황상태로 인해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근거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해경 수사보고서 검토 결과 누구로부터, 언제, 어떻게 자문을 받았는지에 대한 기록 없이 단지 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만 기재돼 있었으며, 이들 가운데 단 한 명 만이 ‘정신적 공황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 다른 전문가들은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진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았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홍 의원 측은 해경이 피해자가 ‘인터넷 도박 중독에 따라 월북한 것’으로 단정한 뒤 이를 발표해 객관적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고인 및 유가족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국민들의 알 권리를 훼손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해경 측의 미흡한 수사와 발표를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피살된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는 사건 발생 1년만인 지난달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진심 어린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래진 씨 :북한이 왜 대한민국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귀환을 시키지 않았는지 반드시 묻고 싶습니다. 앞으로 민간인이 죽임을 당하는 이러한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전쟁 상황이 아닌데 왜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돼야 합니까.
당시 이 씨는 인터뷰에서 사건 발생 1년이 지났지만 동생의 죽음과 관련한 진상 규명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감염병 방역도 민간인 살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북한 당국자들과 면담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