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 군부 재편, 전략무기 성과·높은 군 의존도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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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지난 10일 북한 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군부 재편이 확인된 데 대해 한국 내에서는 최근의 전략무기 개발 성과와 함께 북한 체제의 높아진 군 의존도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미사일부대를 이끄는 전략군사령관과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을 각각 교체하는 등 군부 재편을 단행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14일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영상에 따르면 아나운서는 전략군 종대를 가리켜 “사령관 김정길 상장이 지휘한다”고 소개해 전략군사령관이 김락겸에서 김정길로 교체됐음을 시사했습니다.

전략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인 지난 2014년 창설됐고,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 미사일부대를 지휘·통제하는 조직입니다.

지난 2015년 육군 소장으로 진급한 김정길이 5년 만에 상장으로 빠르게 승진한 것은 전략군이 그만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개발 부문에서 성과를 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 자리에는 지난 5일 당 창건일을 앞두고 대장으로 승진한 방두섭이 임명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군단장이던 방두섭은 이번 열병식 주석단에서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바로 왼편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 같은 북한 군 수뇌부의 인사이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 군사 부문 성과 뿐 아니라 지난 여름 북한을 덮친 태풍 피해 복구 과정에 크게 기여한 공로가 반영됐다는 것이 한국 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을 군보다 우선하는 이른바 ‘선당정치’를 표방해온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 수해까지 발생하면서 이 같은 어려움을 군에 의존해 극복해가고 있는데 대한 일종의 포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 : 최근 북한 군부 내에서 리병철과 박정철을 중심으로 야전군 세력이 전반적으로 약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열병식에서 보여준 전략무기 개발, 북한 군 현대화 등의 성과와 함께 수해 복구나 신형 코로나 방역을 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현상을 이른바 ‘김정은식 선군정치’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최근 김정은 체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함경남도 검덕지구 태풍피해 복구현장을 시찰하며 국가계획기관들 대신 군을 앞세운 것, 그리고 최근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에도 불구하고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시찰에 동행한 것 등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이번 북한 군부 재편에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 성과와 최근 군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반영돼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기조가 당을 우선한다는 김 위원장의 기존 선당정치를 뒤집었다고 보기는 이르며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군이 단기적으로 복구를 주도해 나가는 역할을 맡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군 통수권자인 ‘무력 총사령관’으로 격상한 것, 김일성·김정일에게만 붙여온 ‘장군’ 호칭으로 군 장성들을 부른 것 등도 체제 수호를 위해 무기 개발과 군 역량을 지속 강화하는 동시에 군의 사기를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0일 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초대형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이른바 신종무기 4종 세트 실물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