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미와 긴밀 공조 하에 북 동향 예의주시”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19.12.26
army-32-620.jpg 육군 32사단 병사들이 일몰 시간에 맞춰 충남 태안군 안면읍 일대에서 해안으로 접근하는 적을 대비해 경계·수색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북한의 도발 없이 크리스마스가 지나갔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내년 초까지 북한의 동향을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3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의 이른바 ‘크리스마스 선물’ 발언을 통해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던 북한.

우려와 달리 크리스마스 당일은 북한의 도발 없이 지나갔지만 한국 정부는 향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2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논의하고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미북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방부도 이날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현수 한국 국방부 대변인: 한미 정보당국 간에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북한 동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추적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 군은 한미 공조와 다양한 군사적 상황에 대비해서 상시 군사대비 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민간항공추적 정보를 제공하는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국 정찰기 ‘코브라볼(RC-135S)’이 이날 주일미군 가데나 기지에서 출격해 동해 상공을 정찰하는 등 미국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코브라볼’은 최첨단 전자광학 장비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정찰기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미국 정찰 자산이 계속 한반도에 투입됐다는 것은 북한이 그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도발 가능성을 높인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이달 말로 예고한 노동당 전원회의 동향과 관련해 아직 추가로 파악된 것은 없으며 회의 개최 여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5일 크리스마스가 북한의 눈에 띄는 움직임 없이 지나간 만큼 회의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예고해 온 이른바 ‘새로운 길’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해 봄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폐지된 ‘핵·경제 병진노선’이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회의에서 나온 대미 메시지 등 핵심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담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강도 높은 도발을 할 가능성은 사실상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는 이날 내놓은 ‘국제정세 2020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내년 초 핵과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강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는 당분간 자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상반기 중 북한의 핵실험 중단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지키기 위해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낮은 수준의 핵 합의에 동의할 것이며 하반기에는 한반도가 다시 대화와 협력의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북한이 앞선 도발과 대미 비난 담화 등을 통해 미국의 관심을 다시 가져오는 데 성공한 만큼 당분간 추가적인 무력 도발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먼저 이번 달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밝힌 뒤 필요하다면 내년에 다시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쓰고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한반도 문제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분위기에서 북한이 ICBM 시험 발사 등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북한 입장에서는 무역의 90% 이상을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고 정치적, 외교적으로 자신들을 지원해 줄 중국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미사일 위협 등을 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 현재의 구조적인 배경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도 북한이 강도 높은 도발을 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등 군사적인 도발을 하는 순간 미북 협상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지도 상당히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홍 실장은 미국에 먼저 셈법 변화를 요구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한 북한이 그에 대응해 ‘새로운 길’로 나서더라도 곧바로 핵이나 미사일 활동 재개까지 위협 수준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북 대화 중단 선언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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