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실질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8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태도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실망했다고 밝혔습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이날 한국 국회에서 열린 남북관계 관련 토론회에서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 옹호하려는 태도를 취하면 북한에 계속 끌려 다니는 상황 밖에 될 수 없다며 남북관계는 상호 존중, 호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의 남북 관계 개선 노력에 한국 국민들이 많은 기대를 했지만 북한에 대한 대응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역대 정부들과 다를 바 없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 북한의 핵에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모두 새로 임명됐습니다. 좋은 구상들을 하겠지만 너무 단기간에 현 국면을 해소하려고 할수록 점점 더 한국은 어려운 위치에 가게 될 겁니다.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북측에 구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 않길 바랍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비핵화라며 국제사회에 비핵화 의지를 스스로 천명할 것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촉구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 김정은 위원장이 입에 발린 말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기 때문에 우리가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면서도 계속 핵을 개발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미동맹은 그동안 한국의 발전과 더불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존중, 법치주의를 중시하는 가치의 동맹으로 발전해왔으며 한국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일부가 됐다는 것이 반 전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반 전 총장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선 일각에서 ‘10월의 깜짝 선물(October Surprise)’로 개최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북한도 미 대선 국면 등 정세를 꿰뚫고 있는 만큼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북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큰 만큼 미 대선 전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북한의 의도는 부분적 비핵화입니다. 핵시설로 제재를 바꾼다는 겁니다. 북한은 개발해둔 핵무기와 핵물질을 그대로 보유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아직도 그 입장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미국에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고 봅니다. 버티면 된다는 것이죠.
신범철 센터장은 그러면서 북한은 지난 2년 반 동안 핵 능력을 지속해서 향상시켜오고 있다면서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 있는 오는 10월에 군사 퍼레이드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청와대 외교비서관을 지낸 장호진 전 주캄보디아 한국대사는 이 자리에서 북한과의 현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선 한국 정부의 북핵 외교 변화와 한미동맹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장호진 전 주캄보디아 한국대사 : 한미 간 협의와 공조, 조금 더 심층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서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협상을 끌고 가는데 있어 한국의 협조와 지원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한국의 몸값을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이 한국의 말을 듣고 미국에 대한 한국의 몸값도 올릴 수 있습니다.
장호진 전 대사는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경제협력 등 남북관계 선순환을 통해 미북 비핵화 협상을 지원하겠다는 식의 ‘비정상적인 북핵 외교’를 미북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내고 미북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정상적인 북핵 외교’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