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국정연설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워싱턴-이경하 rheek@rfa.org
2020.02.05
trump_sotu-620.jpg 4일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AP Photo/Patrick Semansky

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후 3번째 신년 국정연설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북한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놨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최대한의 대북 압박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고, 지난해 연설에서는 2차 미북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전격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언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추구는 곧 미국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North Korea's reckless pursuit of nuclear missiles could very soon threaten our homeland. We are waging a campaign of maximum pressure to prevent that from happening.)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취임 후 세 번째인 국정연설에서 처음 북한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난 3년을 '위대한 미국의 귀환'을 이뤄낸 시간으로 규정하면서 취임 후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일자리가 부흥하고, 소득이 급증하고, 빈곤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범죄는 떨어지고, 자신감은 커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번영하고 다시 크게 존경받고 있습니다. (Jobs are booming, incomes are soaring, poverty is plummeting, crime is falling, confidence is surging, and our country is thriving and highly respected again.)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IS(이슬람 국가),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국가들, 베네수엘라, 쿠바 등 대외 현안들을 언급했지만, 북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말 대선에서 자신이 재선되는 데 북한 언급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미국 국익연구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한국 담당 국장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이라는 한 가지 분명한 목표를 위해서 ‘강하고, 번영하고, 존경받고, 경제적으로 부흥하는 미국의 비전’에 대해서 말해야 했기 때문에, 상황이 불확실한 북한 정세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미국과의 관여를 할 것인지 아니면, 2020년 대선 결과를 기다린 후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할 것인지가 한반도 문제의 관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했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여부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우리는 마침내 동맹국들이 그들의 공평한 몫을 지불하도록 돕고 있다"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현재 한미 양국은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협정 체결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앞서 미국 야당인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내민 손을 못 본 척 외면했고, 펠로시 하원의장은 국정 연설 종료와 함께 연설문을 찢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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