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하루 만에 다시 담화를 내고 남북 간 상호존중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정상회담 등 남북한 현안 논의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이자 북한의 대남·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부부장이 이틀 연속 담화를 내면서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 부부장은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담화를 발표,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정상회담)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전날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그는 전날 담화 발표 후 남한 정치권을 주시했다며 "경색된 북남 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남한)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우리 역시 그 같은 바람은 다르지 않다"면서도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적대적 언동 등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김 부부장은 "현존하는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의 군사적 환경과 가능한 군사적 위협들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남조선식 대조선(대북) 이중 기준은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주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고 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은 미국을 본떠 이런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억지 주장을 내들고 한반도 지역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지금 북과 남이 서로 트집잡고 설전하며 시간 낭비를 할 시간이 없다"며 "북남관계 회복과 건전한 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말 한 마디(를) 해도 매사 숙고하며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남조선이 정확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권언은 지난 8월에도 한 적이 있었다"며 "앞으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예단하지는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은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The United States supports inter-Korean dialogue, engagement, and cooperation.)
앞서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뉴욕 외신기자센터(FPC)가 주관한 기자회견에 나와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바 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이룬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라고 믿고 있으며, 미국은 역내 동맹국을 비롯해 파병된 미군 및 협력국들을 위한 더 나은 안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북한과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는 북한이 이같은 접촉 시도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미 국방부의 존 커비 대변인도 22일 기자설명회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해 “우리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북한과의 관여를 모색하고 있고,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특히 그는 “우리의 목표는 항상 그랬듯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커비 대변인은 “우리는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지만,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와 대화에도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북한이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통신선 복원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로부터 시작해, 올림픽을 계기로 베이징에서 남북미중의 4자 종전선언과 남북정상회담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 센터장은 “김여정 부부장이 ‘대북 적대시 정책’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상황에 따라 대남 유화정책과 강경정책을 선택하는데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그의 이번 “대남 유화 발언을 너무 확대해석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빠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이경하,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