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정은 총비서의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내용이 북한 내부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김정은 당 총비서의 9.29 시정연설: 경제부문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보고서에서 김 총비서의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이 북한 내부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부분적으로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의 장기화로 북중교역량이 대폭 축소된 가운데 북한이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는 동시에 자력갱생의 일환으로 대외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임을출 교수는 김 총비서가 시정연설에서 경제자립 기반 강화와 인민생활 안정을 중점적으로 다뤘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농업, 경공업 부문에서 주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과제들을 압도적으로 많이 제시한 것을 이번 연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았습니다.
또 대규모 살림집 건설, 쌀과 밀가루 보장을 통한 식생활 개선, 우유와 유제품 생산 확대 등 인민생활 향상 효과를 단기적,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더해 소비품 생산과 공급을 강조하면서 소비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자재 확보에는 구체적인 기간을 제시하며 실행을 압박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신형 코로나 사태와 당국의 경제자립 강화 방침에 따라 북중교역이 크게 축소되면서 소비품이 크게 부족한 상황을 반영하는 동시에 생필품 공급이 시급한 과제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지난 8월 일부 식료품의 대중 수입을 재개한 것도 북한 내부의 소비품 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통해서라도 인민소비품 부족 현상을 메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결국 소비품도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잇지만 그런 부분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대외 의존도, 특히 대중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고 지금 굉장히 노력은 하지만 이번 시정연설에서 제시된 과제로 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을출 교수는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김 총비서가 시정연설에서 경제자립 강화 기조를 재차 강조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향후 경제난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거나 대미∙대남 대화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전월 대비 34% 증가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북중무역 통계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8월 장기간 품귀현상을 보이던 식용유, 설탕, 조미료의 대중 수입을 올해 처음 재개했다고 밝혔습니다.
식용유, 설탕, 조미료는 2020년 9월 이후 11개월 만에 수입됐고 식용유 제조에 사용되는 대두는 2019년 10월 이후 22개월 만에 수입됐다는 설명입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