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방중 마치고 귀국길...미북 접촉 끝내 무산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19.12.20
biegun_leave-620.jpg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오른쪽)이 2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워싱턴행 비행편에 탑승하기 위해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앞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사진-연합뉴스

앵커: 중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부장관이 북한과 끝내 접촉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일 순방에 이어 전격적으로 중국 방문 소식을 알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부장관.

중국에 이틀 간 머물며 미북 대화 재개를 모색했지만 끝내 북한과 접촉하지 못한 채 20일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방중 마지막 날인 이날 비건 대표가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평양행 중국국제항공편 비행기를 타는 모습이나 북한 고위급 인사가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전날인 19일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난 데 이어 20일에는 러위청 외교부 부부장도 만나 북한 비핵화 해법을 논의했습니다.

뤄 부부장 등 중국 당국자들은 비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 대북제재 완화 등 유화적 조치를 통해 미북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미북 간 단계적, 동시적 행동 원칙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 타결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중국으로서는 가장 원하는 것이고 그것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서는 도발 억제를 촉구하고, 미국에는 북한이 원하는 것을 수용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중국으로서는 대북제재를 일부 완화한다든지 북한에 대한 요구조건을 좀 줄여달라고 요청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에 비건 대표는 최대한의 대북 제재 압박이 현재의 북한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졌다면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대북 제재 공조 전선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북한의 연말 도발 자제와 미북 대화 재개에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비건 대표의 공개 회동 제의에 결국 불응함에 따라 미북 간 연내 대화 재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것이 한국 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 소장은 미북 간 대화 통로를 유지하겠다는 차원에서 대화 시도가 있었지만 미국과 북한, 어느 한 쪽이 양보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 소장: 비건 대표는 북한에 기회의 창을 제공하면서 강대국 간에 외교적인 대북 압박 공조를 유지하겠다는 목적으로 중국에 간 것이고 이번 방중으로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나의 희망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당분간, 새해 들어서도 미국과 북한 사이의 공방은 지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내년 신년사를 통해 핵협상 중지를 선언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날 연구원이 주최한 주한 외교관 초청 토론회에서 연말 협상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북한이 신년사나 이달 말로 예고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비핵화 협상 중지’ 발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성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신년사에 대한 주목도를 키우기 위해 신년사나 노동당 전원회의 전까지는 현재 대화의 틀을 깨는 급진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1년 동안의 주요 정책 기본 방침을 발표하는 신년사가 나온 이후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이행할 준비가 됐다는 의지 표현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7일과 13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했다며 ‘전략적 지위 변화’를 주장한 점에 주목한 성 연구위원은 두 차례 시험이 추진체 발동기 기술이나 사거리 극대화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 시험과 긴밀히 관련돼 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북한이 지난 15일 비건 대표의 방한을 기점으로 추가로 대미 비난 담화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침묵’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비건 대표가 한중일 3국을 방문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수사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데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성 연구위원은 또 북한과 중국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내년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이 훨씬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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