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협상 경험자의 조언②] 제임스 켈리 “트럼프, 신뢰 보이되 확실한 검증 약속 받아야”

워싱턴-김소영 kimso@rfa.org
2018.05.10
james_kelly-620.png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미북 정상회담이 한달여 뒤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측과 협상 경험이 풍부한 전직 미국 고위 관리로부터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 시절인2002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2003년부터 2004년까지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한과 직접 핵 협상에 나섰던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전화 대담에 김소영 기자입니다.

기자: 오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켈리 전 차관보: 핵 협상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 동안 몇 차례 회담과 약속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회담에서는 반드시 ‘검증(verification)’에 대한 확답을 받아야 합니다. 이전에도 회담 자체는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듯 보였지만 언제나 검증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공개적인 검증과 사찰을 받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 2003년과 2004년 열린 6자회담에 직접 미국 측 대표로 참석하셨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협상단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있다면요?

켈리 전 차관보: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 중 하나는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입니다. 이번 회담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협상단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태도로 대해야 합니다. 또한 미국은 회담에 앞서 주변 관련국들의 관심사와 역할을 철저히 파악해야 합니다. 특히 중국이 동북아시아 정세와 이번 회담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에 비해 매우 커졌습니다. 한국과는 지금과 같이 강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밖에 일본과 러시아 등 주변 나라들이 추구하는 실리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기자: 2000년대 초반 당시 협상과 비교해 이번 협상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켈리 전 차관보: 당시 협상의 최종 목표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중단과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수 없는 비핵화라는 점에서는 이번 회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담 전 한국과 북한이 먼저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한국이 직접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전 6자회담에서도 한국이 중요한 관련국으로 참가했고 한국 역할의 중요성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미리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의 상황도 예전과 많이 다릅니다. 최근 북한은 경제적으로 가장 크게 의존하는 중국으로부터 전례없는 제재를 받으면서 협상에서 타협해야 할 부분이 커졌습니다.

기자: 북한 측 대표나 협상단이 다른 점도 의미가 있을까요?

켈리 전 차관보: 물론입니다. 예전 6자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북한 측 외교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국가 정상이 아닌 관리들이 참석했다는 점 때문에 논의 자체에 매우 큰 제한이 따랐고 이것이 당시 회담의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즉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협상을 하기 때문에 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화가 오갈 수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하시나요?

켈리 전 차관보 : 이번 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들이 나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정적(pessimistic)으로 봅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고려한다면 분명 성공적인 방향으로 이끌 가능성은 있습니다. 분명히 미북 관계를 개선시키고 비핵화 논의를 이끌어내는 데 좋은 기회인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안됩니다.

앵커: 지금까지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로부터 미북 정상회담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전화 대담에는 김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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