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국의 핵 위협 제거’ 주장은 주한미군 철수 요구”

워싱턴-김소영 kimso@rfa.org
2018.12.20
us_amry_base-620.jpg 경기도 동두천시의 미군기지에서 주한미군 2사단의 차량과 장비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한의 핵 폐기만이 아니라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핵 위협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랫동안 원했던 주한미군 철수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육군 대령 출신의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반도의 비핵화가 북한 뿐 아니라 한국에서의 핵 위협 제거라는 북한의 주장이 전혀 새롭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미가 북핵 협상을 하는데 있어 북한이 말하고 있는 비핵화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북한을 공격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 내 핵무기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남북한과 미국이 모두 인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의 핵 위협을 문제삼는 것은 결국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는 주한미군 자체를 한반도에서 완전히 철수시키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것입니다. 북한은 한국 내에 핵무기에 접근할 수 있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이 비핵화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 전략 자산을 배치할 때마다 한국이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미북관계가 새롭게 수립되지 않는 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이행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는 20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북한이 오랫동안 원했던 주한미군 철수를 통한 미국의 핵 위협 제거를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싱가포르 선언에 포함시켰다면서 이번 논평은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재차 증명해 준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미국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북한이 논평에서 말하는 ‘핵 위협 제거’가 주한미군 철수인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더 이상 북한에 대한 공격 위협 제거를 의미하는지는 협상을 통해 북한 측으로부터 직접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논평에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을 뿐 아니라 지난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에 위협만 가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을 유지해도 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만큼 섣불리 북한의 의중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 제거가 북한이 지난 70년간 일관되게 밝혀온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 입장을 재표명한 것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갖기 전 이러한 우려를 잠식시킬 수 있는 협상안을 마련하도록 미국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누지 대표: 이는 미국에 만약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한다면 정권 안보 측면에서 어떻게 자신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북한이 두번째 회담을 앞두고 미리 선수를 치는 것이죠.

자누지 대표는 미국의 정보, 외교 당국과 전문가들이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에 우선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외교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이번 주장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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