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북한이 진정 원하는 건 ‘제재완화’”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9.08.26
ship_lockup-6202.jpg 사진은 지난 4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한 선박이 부산 감천항 한 수리조선소 안벽에 계류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앵커: 북한이 여러 경로로 북한의 안보 우려에 대한 해법을 준비해야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은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다는 우회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미국의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Ken Gause) 국장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재가 절대로 통할 수 없다’는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는 북한이 제재 완화를 원한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스 국장: 카드 게임에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카드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심리와 같습니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원한다고 말한다면, 미국은 제재가 북한의 약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감추려 한다는 것이죠. 제재가 북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을 미국이 모른다면 미국이 쉽게 제재를 해제할 수 있을 것으로 북한이 기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고스 국장이 미국 의회전문지 ‘더 힐’에 이달 초 기고한 글에서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제재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소개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정계의 “각이한 주장들을 보면 미국이 아직도 낡은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24일 보도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또 북한이 ‘전략적 안보’와 제재 완화를 바꾸지 않겠다고 밝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즉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내용도 북한이 제재 완화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스 국장: 북한이 미국에 원한다는 ‘전략적 안보’의 예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언급했습니다. 그들의 약점이 경제라는 걸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제재 완화’가 아니라 ‘쌍방의 안보현안(security issues on both sides)’을 먼저 논의하자고 한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주장하는 ‘안보’ 속에 ‘제재 완화’ 요구가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반드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김 씨 정권에 대한 체제 보장이나 평화협정 체결 등 안보 문제는 이란의 경우처럼 (미국) 정권이 바뀌면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재 완화는 북한의 엘리트들에게 가시적인(tangible) 효과를 바로 가져다 줄 수 있는 사안입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영변 폐기 등에 상응해 북한이 원하는 개성공단 혹은 금강산관광 재개 등 일부 제재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자신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자신의 이 같은 생각을 담은 의회 전문지 기고문의 일부만 발췌해 북한이 원하는 식으로 왜곡해 인용했다고 고스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미국 국방부 북한담당 자문관을 역임한 프랭크 엄(Frank Aum)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상반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엄 연구원: 북한은 체면을 세우려(save face)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실제로는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으면서도, ‘체제 보장(security guarantee)’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제재에 개의치 않는 것처럼 말해 제재 효과가 대단치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 같습니다.

그는 이어 최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북한의 비핵화까지 제재 완화가 없다고 밝힌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을 맹비난한 것은 제재 효과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이 모순이라는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엄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들 매체의 보도들은 북한이 궁극적으로는 군사·정치적 제재 완화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의 제재 완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과 앞으로 제재 완화가 없이 대화가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선임연구원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미국이 제공할 대북 경제제재 완화 조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했기 때문에 ‘안전 보장’과 관련해 어떤 미국의 제안을 받을 수 있을 지를 알아보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만족할만한 최대한의 보상 꾸러미를 손에 쥔 후에야 올해 초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것보다 더 많은 새로운 제안을 하려 할 것이라고 크로닌 선임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Perhaps after it is satisfied with the maximum package it can receive it will put forward a new proposal that goes beyond its offer in Hanoi.)

크로닌 선임연구원은 지난 21일 미국의 외교안보 잡지 ‘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핵연료 생산동결 등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체제 안전보장 조치를 제공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