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 대사 “미, ‘북 도발’에 보상하지 말아야”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9.12.13
ex_uk_emb-620.jpg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
사진-연합뉴스

앵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막바지 교섭을 위해 15일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어나가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의 견해를 양희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가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데요. 비건 대표가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 어떤 돌파구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에버라드 대사: 저는 비관적으로 봅니다. 비건 대표에 대해 개인적으로 존경심을 갖고 있고, 그가 매우 똑똑한 분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어느 한 개인이 현재 (미북 대화의) 경색국면을 타파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특히 저는 북한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줄 것이라고 믿었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라는 외교적 방법이 막혔기 때문에 새로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 같아 우려됩니다.

기자: 새로운 조치를 말씀하셨는데요.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조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북한이 정한 협상 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변화된 대내외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는데요. 어떤 의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시나요?

에버라드 대사: 의제가 뭐가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갈 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큰 관심을 갖고 알려고 하지만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최근 서해 위성발사장 (엔진) 시험을 보면 그 동안 유예해 왔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제언을 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에버라드 대사: 미국에 양보해 달라고 제시한 북한의 긴 요구사항 목록 중 일부를 들어주는 것 이외에 북한이 택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외교적 조치가 아직 남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없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미국이 지금 현재 북한에 양보하는 것을 왜 그렇게 내키지 않아 하는지도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잇따른 도발 행위 등 북한의 매우 나쁜 행동들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지요. 남북한 관여의 문은 이미 완전히 닫혔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봅니다. 미국과의 대화 전망도 솔직히 말해 매우 나쁩니다. 북한이 대화와 외교에서 지난 2017년과 같은 대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와 긴밀히 조율해 대응할 필요가 있을텐데요?

에버라드 대사: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요? 북한 교역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상당한 대북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장거리미사일 등이 중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아는 중국은 미국을 위해 대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최근 한국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정권을 최근 갑자기 붕괴된 아프리카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정권과 비교하셨는데요? 어떤 점에서 그런지 간략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에버라드 대사: 혁명이 일어나기 전의 수단이라는 나라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복잡한 체제를 구축한 지독하게 억압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정권이었습니다. 북한의 정보통제가 더 심하긴 하지만요. 주목할 것은 수단이 외부 영향에서 차단되어(well entrenched) 바시르 대통령이 어떤 위협에도 안전하다고 여겨졌지만 급작스런 정권의 붕괴가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정권의 부패와 (막대한 군사 비용으로 초래된) 경제난에 대한 대중의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북한 정권도 갑자기 붕괴될 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수단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한 변화가 다른 곳에서도 초래될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앵커: 지금까지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의 견해를 양희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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