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경을 방문 중인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중국의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한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리근 미국국장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북중 간의 이번 외교적 움직임에 대해서 서울의 박성우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중국의 왕가서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났고, 9일 북경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계관 부상과 리근 국장이 동행했습니다. 북경에서 6자회담과 관련한 논의가 이어졌다면서요?
박성우
: 하루 전 북경에 도착한 김계관 부상의 일행은 10일 조어대에서 중국 외교부 당국자들과 만났습니다. 여기서는 6자회담과 관련한 사항들, 그러니까 한반도 비핵화의 문제와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 그리고 평화협정 회담을 시작하는 방안 등을 놓고 북중 간에 협의가 진행된 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왕가서 부장이 함흥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이미 중국은 “한반도의 핵 문제를 타당한 방식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한다”는 호금도 주석의 구두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김정일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은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한 걸로 중국의 신화통신이 보도했지요. 덧붙여서 김 위원장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선 당사국들의 성의있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걸로 보도됐습니다.
정리하자면, 북한과 중국이 6자회담의 재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의견의 일치를 봤다는 거지요. 하지만 김 위원장이 “당사국들의 성의있는 노력”을 주문한 걸로 봐서는 여전히 제재 완화의 문제와 평화협정 회담을 시작하는 문제를 놓고 북한과 중국이 구체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바로 그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위해 김계관 부상이 중국을 찾은 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진행자
: 중국의 왕가서 부장이 북한을 방문하고, 김계관 부상이 중국을 방문하는 일정은 사전에 조율된 거라면서요?
박성우
: 그렇습니다. 북중 간에 사전 조율을 거쳐서 이번 교차 방문이 이뤄진 거라고 외교 소식통이 말했습니다. 원래는 김계관 부상이 20일경에 중국을 방문하는 걸로 일정이 조율됐다고 하는데요. 김정일 위원장이 왕가서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계관 부상의 방중 일정을 앞당기도록 지시한 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럼 북측이 일정을 앞당긴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되나요?
박성우
: 북측이 지금 필요한 건 대규모 지원을 받아내서 제재 국면을 타개하는 겁니다. ‘제재의 모자를 쓰고는 6자회담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북측의 말도 결국은 제재가 완화되는 모양새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로 해석하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만약 김정일 위원장이 왕가서 부장으로부터 ‘통 큰 지원 약속’을 받은 상황이라면,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조건들을 중국과 추가로 협의하는 수순을 늦출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추정했습니다.
진행자
: 김계관 부상은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니까 이번에 북경을 방문한 게 이해가 됩니다만, 리근 국장이 동행한 건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요?
박성우
: 리근 국장은 북한 외무성에서 미국을 담당하는 관료입니다. 이번 중국 방문에는 리근 국장뿐 아니라 영어 통역사인 최선희 씨도 동행했습니다. 이건 외형상으로 볼 때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뜻하죠.
그래서 김계관 일행이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만, 미국이 선을 그었습니다. 미 국무부의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김 부상이 미국을 방문하거나 미국 당국자를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을 담당하는 북한 관료가 중국 측과 함께 6자회담과 관련한 현안을 논의하는 상황이 되는 건데요. 평화문제연구소의 장용석 연구실장의 설명을 잠시 들어보시죠.
장용석: 북한과 중국 간의 6자회담과 관련한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 그러니까 평화협정 회담을 개시하는 문제, (평화협정 회담을) 6자회담과 동시에 진행하는 문제와 제재 문제 등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논의하겠지만,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중국과 협의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박성우
: 보충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돌아와야 한다, 그런 다음에 북한이 원하는 제재를 완화하는 문제나 평화협정 회담을 시작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은 ‘제재부터 먼저 완화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담당하는 북한의 관료가 북경을 방문해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중국과 함께 협의하고 있는 거라는 게 장용석 박사의 분석입니다. 중국은 북한과의 협의 결과에 기반한 중재안을 만들어서 조만간 미국에 제시할 걸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 6자회담의 재개 시점은 어떻게 전망할 수 있나요?
박성우
: 6자회담이 벌써 14개월째 공전 중이지요. 앞으로 줄다리기가 좀 필요할 듯합니다. 또 의장국인 중국이 당분간 내부 행사 때문에 바쁩니다. 그래서 6자회담이 3-4월에 재개될 걸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공관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류우익 주중 대사는 “중국의 정치일정으로 볼 때 2월 춘제는 큰 명절이고 3월 초에는 전국인민대회와 정협대회라는 중요한 양회가 열리는데다 (관련국들 사이에) 여러 가지 조율할 부분도 있기 때문에 조만간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성급해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 질문을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중국이 무대위(武大偉,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을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로 임명했지요? 이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박성우
: 무대위 부부장이 승진해서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6자회담과 관련한 업무를 총괄하게 된 건데요.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과 격식을 맞춘 거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성킴 수석대표가 있지만, 그 위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핵 문제를 총괄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거든요. 중국도 이런 틀을 갖추고자 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