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연쇄 살인, 강도사건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사회를 안정시키지 못하는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5일 “최근 혜산에서 살인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며 “끔찍한 살인사건 뒤에는 거의 식량 문제와 돈 문제가 얽혀 있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3월초부터 한달 가까이 혜산시에서 여러 건의 살인과 강도, 절도사건이 발생했다”면서 “하룻밤 자고나면 어디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또 하루가 지나면 어디에 강도가 들었다는 불안한 소식이 연일 이어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20일 오후 5시경 혜성동의 한 개인집에 남자 2명이 달려들어 강도행각을 벌이다가 살인을 저지른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면서 “또래 친구인 여자(22세, 23세, 27세) 3명 중 2명이 강도들의 칼에 찔려 사망하고 한명은 도망쳤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간신히 도망친 여성은 집 주인으로 강도가 칼을 들이대고 돈을 내놓으라고 하자 천정 위 다락에 있다고 하고 올라가는 척 하다가 달아났다”면서 “인근 지역을 순회하던 경무원(헌병)들이 현장에 도착해 남성들을 체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인집 여성은 간신히 달아났지만 함께 있던 친구 2 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무원들이 도주하던 범인들을 체포한 다음 사건 현장에서 시신을 발견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강도사건에 대한 심판은 다음날 현지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공개재판으로 열렸다”면서 “체포된 남성들이 비록 사회 일원이지만 국내정세가 군사적으로 긴장한 시기에 강도행각을 벌인 것으로 하여 군법'으로 처단한다고 판결했다”고 말했습니다. 공개재판 직후 범인들을 실어갔기 때문에 주민들이 직접 처리결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재판에서 '처단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총살형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은 23일 “ 요즘 점점 살인, 강도, 도적(도둑)이 많아지고 있어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면서 “식량난이 악화되면서 살인과 강도사건과 같은 강력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들어 혜산시에서는 주민들이 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찌끼(비지 찌꺼기)로 한 두 끼를 겨우 에우(때우)는가 하면 죽물(멀건 죽)도 없어 굶주리고 있다”면서 “식량난으로 굶주리는 현상이 점차 늘어나면서 사회 도처에서 끔찍한 강도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지난 주 혜화동 30반에서 매탁(한국의 포장마차처럼 집앞이나 창가에 매점형식을 갖추고 장사행위를 하는 곳)을 하던 개인집에 강도가 침입했다”면서 “통행금지가 시작되는 저녁 7시경(양강도를 비롯한 국경지역에만 제한적으로 저녁 7시부터 아침 6시까지 통행금지 시행중) 남자 셋이 식품을 사러 왔다고 하면서 집에 침입해 판매하는 식품(국수, 쌀, 사탕, 과자)을 전부 걷어갔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원래 저녁 7시 이후에는 통행이 금지되어서 길에 다니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그런데 통행금지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먹을 것을 사러 왔다고 말하는 바람에 주인이 문을 열어 줬다가 봉변을 당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사법당국은 이 사건이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발생한 것으로 하여 남편을 아는 사람들을 범인으로 추측하고 수사 중”이라면서 “복면을 한 채 강도행각을 벌인 3명의 남성에 대해 수사당국은 군인인지 사회인인지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며칠 전 삼수군의 친구도 전화를 통해 살인과 강도, 도둑이 많은 요즘 세상을 탄식했다”면서 “이 외에 2월 음력설 전날 혜흥동 7반 아파트 1층에 강도가 들어 술병으로 여성의 머리를 가격하고 달아나 식물인간이 된 사건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들어 유독 살인, 강도, 도둑이 성행하는 것은 날로 악화되는 식량난과 무관치 않다”며 “주민들은 코로나 사태에 식량난까지 겹쳐 살인 강도사건이 연이어 발생해도 사회를 안정시킬 마땅한 대책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양강도에서 이 달 들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각종 범죄사건과 관련한 공식 통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보도는 현지 주민이 RFA에 한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