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주제련소 계량원 취직에 고액 뇌물 필수”
2023.08.21
앵커: 북한에서 금 생산지로 널리 알려진 정주제련소 계량원 취직에 달러 뇌물이 필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코로나 봉쇄 이후 더욱 확연해졌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는 정광에서 연과 아연 등을 뽑아내는 단천제련소, 문천제련소, 정주제련소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평안북도 정주제련소는 평안남·북도 등에 위치한 금광산과 연결되어 금 제련소로 유명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정주제련소에서 계량원으로 1년 일하면 재쏘생(러시아 3년 파견 외화벌이 근로자)보다 몇 배 돈을 모은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는 3년에 약 1천 달러인 공식 월급에 개인적으로 건설과 밀주 등으로 버는 부수입으로 3년에 2천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계량원은 수많은 광산에서 1차 선광한 정광과 금광을 정주제련소에 입고시키기 전에 정광과 금광의 톤수 무게를 전표로 떼주는 직원”이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국영광산에서 정광과 금광을 정주제련소에 입고하면 제련직장에서 연과 아연, 금·은을 제련해 국가에 바치는 데, 국가에 바치는 량은 첫 입고 단계인 계량원의 전표에 입력된 숫자로 계산됩니다.
그는 이어 “정광과 금광을 제련소에 바치는 광산 자재지도원이 계량원과 사업하면(미리 입을 맞추면) 차량의 정광과 금광 무게를 실제 무게보다 줄인 전표가 제련소에 집계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입고량이 20톤이라면 1회당 500킬로그램, 이런 식으로 10회 무게를 줄여 집계하면 5톤 가량 총량이 줄어드는 셈입니다.
그러면 정주제련소에 집계되는 정광 현물과 전표로 집계되는 서류상 수량이 달라집니다. 실제 생산량의 일부가 계획에 집계되지 않는 것인데, 이렇게 남긴 연과 금 등은 제련공정을 책임지고 있는 제련직장장과 정광을 바치는 광산 자재지도원이 나누어 가진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정주제련소에서 계량원에 취직하려면 달러 뇌물은 필수”라며 “1년 전부터 정주제련소 간부과 간부에게 명절 등을 계기로 뇌물을 주면서 친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보통 (간부과와 사업하는 데) 뇌물은 미화 100달러 상당의 의류일 수도 있고, 수백 달러의 가전제품, 혹은 천 달러 이상의 현금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중 뇌물 액수가 가장 큰 후보가 계량원으로 취직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소식통은 “단천제련소도 검덕광산에서 실어온 정광을 제련해 연과 아연 등을 생산하지만, 정주제련소는 연과 아연은 물론 금까지 제련해 (북한)제련소 중에서 가장 힘이 있어 계량공 취업이 만만치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어 “평안북도 광산에서 정광을 차에 싣고 정주제련소에 들어가면 정광을 실은 차를 기계로 올려 계량하고, 다시 정광을 쏟고 공차(빈차)를 계량해 정광의 실제 톤수를 전표에 입력하는 사람이 바로 계량원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광산 자재지도원은 계량원에게 뇌물을 주고 정광 톤수를 조절해 전표에 입력한다”며 “이후 제련직장장과 다시 사업해 전표에 입력되지 않은 정광 수량만큼 제련되어 나오는 연과 아연, 드물게는 금도 빼돌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빼돌린 연과 아연, 금은 개인 돈주들에게 판매되어 현금으로 전환됩니다. 연과 아연, 금을 사두었다가 중국시장에 밀수로 넘기면 북한 시장가격보다 몇배 이윤을 내게 되므로 수요가 많습니다.
“특히 조만간 코로나 봉쇄로 장기간 막혔던 신의주-단둥 국경무역이 열린다는 소식에 연과 아연, 금을 사려는 개인 돈주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러한 방식은 불법이지만, 정광과 금광을 생산하는 광산 간부들과 정광과 금광에서 아연과 금을 제련해 국가에 바쳐야 하는 제련직장 간부의 입장에서도 광산 운영과 제련에 필요한 연료와 자재 등을 자체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의 금 생산지는 황해남도와 평안남·북도, 양강도 등지에 자리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금 생산량은 한해 2톤~4톤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도 각 시, 군 마다에 있는 당 39호실 산하 5호관리소가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에게 충성의 과제로 거두어들이는 사금도 한 해에 약 1톤~2톤 정도에 달한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모래 등에서 쉽게 사금을 추출할 수 있어 재력이 있는 주민들은 금을 파는 암시장에서 구입해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