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서 손전화 플래시 흔드는 북 대학생들…의도된 연출?
2024.04.15
앵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평양에서 예술공연을 즐기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휴대전화 손전등으로 무대를 비추며 호응하는 등 한국의 20대 관람객들과 비슷한 모습을 노출시켰는데요. 이에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젊은 층들에게 촘촘한 모기장론이 아닌 새세대들의 변화를 주체적 변용을 통해 통치하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휴대전화 뒷면의 손전등으로 무대를 비추며 공연을 즐기는 대학생들과 손에 쥔 휴대전화마다 취향대로 끼워져 있는 휴대전화 갑(케이스).
한국의 여느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이 장면은 다름 아닌 북한 대학생예술종합공연 현장입니다.
15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일성 주석의 112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대학생예술공연이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진행됐다고 밝히며 행사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휴대전화 손전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공연을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과, 또 교복을 착용해 옷차림은 똑같지만 손에 쥔 휴대전화만큼은 개성대로 꾸민 다소 자유로운 느낌의 젊은 세대를 매체에 그대로 노출시킨 겁니다.
북한의 이른바 3대 악법이라 불리는 반동사상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등으로 특히 북한의 젊은층을 강하게 단속하는 내부 분위기까지 고려하면 다소 낯선 모습입니다.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북한이 젊은층들을 무조건 단속과 통제만 하는 게 아니라 새세대들의 변화를 주체적 변용을 통해 통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전에 남한 걸그룹 노래를 표절한 걸로 의심되는 북한의 노래가 있었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개인적인 일탈은 금지하고 있지만 최근 젊은층의 욕구에 맞게 조직 차원에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는 경향을 보인다는 풀이입니다.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내에서는 핸드폰 사용 시 충전도 용이하지 않다”며 “한국이나 국제적인 공연 분위기가 북한 내에서도 연출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된 설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1999년에 북한에서 탈출한 김은주 씨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금 김정은 정권은 그 어느 때보다 정상국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진이 외부로 나가는 행사라는 걸 감안할 때 현장에서 휴대전화 손전등 비추기같은 단체 행동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지가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김은주 씨: 핸드폰 플래시(손전등)를 콘서트장이나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건, 북한은 그런 공연 자체라든가 선전 활동 자체가 조직이 시키는 대로 따라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모습도 연출된 이미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북한에서 리춘희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선전선동의 도구로 사용된 것처럼 이 순간의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휴대전화의 플래시가 조직의 지시에 따라 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주 씨: 이번에는 핸드폰 플래시가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형성하는 선전 선동의 수단이 되었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 이런 콘텐츠(내용물)를 보고 나서 자발적으로 배우고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것은 통제를 하지만, 또 정권 차원에서 이런 것들을 선전 선동이라든가 어떤 국제사회 이미지라든가 이런 거를 고취시킬 때는 또 슬쩍 가져다가 활용을 한다고 저는 봐왔거든요.
앞으로도 북한 정권이 젊은 층의 문화 인식을 촘촘히 막는 모기장론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자유로운 태도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그런 모습을 대외 선전용으로 노출시킬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