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일본에서 1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탈북민 개인방송 유튜버가 있습니다. 바로 함경남도 함흥 출신의 김요셉 씨인데요. 자유아시아방송은 요셉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어떻게 일본에 정착했고 온라인 동영상 공유사이트 즉, 유튜브까지 시작하게 됐는지 자세한 내용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튜브 시작은 '사랑의 불시착' 때문
일본에서 개인방송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함흥 출신 탈북민 김요셉 씨(39).
그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많은 일본인이 북한에 대해 낭만적인 인식을 갖게 되자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랑의 불시착’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우연히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주연배우 손예진이 북한 장교를 연기한 현빈과 사랑하게 되는 한국 드라마입니다.
[김요셉]드라마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북한에 가면 한국 유명 배우 '현빈'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현실은 너무 달라요. 북한의 실제 삶은 정말 힘듭니다.
그는 유창한 일본어로 영상을 통해 일본 대중들에 북한의 현실을 알리기 시작했고, 북한에 현실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들을 모아 벌써 14만 구독자를 모은 유튜버가 됐습니다.
특히, 그가 제작한 북한에서의 가난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과 이로 인해 본인이 가족들을 잃은 사연은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주면서 조회수 각각 88만 회와 85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1990년대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을 겪은 요셉 씨는 북한에서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고, 그 일은 트라우마로 남았는데요.
[김요셉] '고난의 행군' 시절, 극심한 경제난 속에 일곱 가족 중 어머니와 형제를 포함한 다섯 명이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났거든요.
결국 그의 아버지는 생존을 위해 먼저 중국으로 떠나야 했고, 요셉 씨는 조부모 댁에 머물면서 어린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일터에 나서야 했습니다.
RFA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요셉 씨. /RFA 영상
탈북 그리고 일본으로 떠나다
그랬던 요셉씨가 어떻게 일본에 정착하게 된 걸까?
2008년 그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브로커를 통해 탈북에 성공한 뒤 부산에 정착해 기술을 배우며, 선박 수리 관련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 한 켠엔 어릴 적부터 꿈꿨던 일본으로 떠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는데요.
고향에서 어울렸던 재일교포들을 통해 일본 전자제품을 접했고, 발전된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는 교육 뿐이었습니다.
[김요셉]일본 현대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가르쳐 주지 않거든요. 들을 수 있는 게 일제시대에 칼차고 다니면서 독립운동 탄압하고, 김일성이 솔방울로 수류탄 만들어서 죽이고 그 정도가 북한에서 가르치는 일본의 전부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호기심을 멈출 수 없었고,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며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거주권)를 받고1년 간 일본 도쿄에서 머물 계획이었지만, 벌써 올해로 10년째입니다.
일본어가 서툴렀던 요셉 씨는 한인식당에서 주방 아르바이트로 일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곧 대학 진학을 결심하고,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매일 5시간씩만 자며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낯선 문화와 새로운 경험들이 주는 즐거움 속에서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고 회상합니다.
[김요셉]한국에서는 언어도 비슷하고 문화도 익숙했지만, 일본에서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어요.

“북한 뉴스를 보면 안타깝죠”
현재 오사카의 한 기계 부품 회사에서 4년째 근무 중인 요셉 씨는 일본 생활 초기, 탈북민 신분을 숨기고 지냈습니다.
일본 내 조총련이 그의 존재를 알게 되면 해코지를 가할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당당하게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김 씨는 한국에서 만난 탈북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안정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관심을 갖을 수 밖에 없는데요.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축구팀이 일본 선수에게 시비를 거는 장면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김요셉]일본에서 살다 보니 북한 선수들이 얼마나 교양 없이 행동하는지가 더 뚜렷하게 보이더라고요.
비록 북한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요셉 씨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고향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남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이산가족, 탈북민, 재일한인 출신 탈북민, 납치 피해자 등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일본의 인권단체 ‘자유왕래회(Free to Move)’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탈북 경험과 한국, 일본에서의 생활을 다룬 책을 출간해 일본 대중들에게 북한의 진실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