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지난 26일 각급(도, 시, 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치뤄졌습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선거를 통해 찬반 의사를 자유롭게 피력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11월 26일은 북한에서 도, 시, 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선거의 형식과 방법만 일부 새로 도입됐을 뿐 본질에 있어서는 강제적인 투표를 진행한 국가 정치행사에 불과했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6일 “오늘은 지방인민회의(도, 시, 군) 대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라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아침 일찍 행사복장을 하고 해당 선거장에서 강제적인 투표에 참가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선거장 게시판에는 각 인민반별 선거인 명부와 도 대의원과 시 대의원 사진과 신원정보가 게시돼 있었다”면서 “차례로 줄을 서 선거인 명단의 본인 이름에 체크(갈매기) 표시를 하고 선거표를 받아 투표함에 넣는 행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런데 이번에는 선거위원들이 선거장에서 투표방법을 요란하게 설명한 것이 특징적”이라면서 “선거위원들은 투표하려는 주민들에게 파란색(녹색)과 빨간(빨강)색으로 된 두 개의 투표함 중에서 파란색은 찬성, 빨간색은 반대 투표함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거위원들은 주민들에게 무조건 파란색 함에 넣을 것을 노골적으로 강조했다”면서 “파란색 함이 찬성하는 투표함이니 헛갈리지 말고 반드시 2개(도, 시 대의원 선거표)의 선거표를 모두 파란색 투표함에만 넣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선거장에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된 투표함이 설치되자 일부 주민들은 당황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래서인지 선거위원들은 자칫 붉은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노동당 기발을 연상하는 빨간색 함에 주민들이 투표할까 우려해 열을 올리며 설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7일 “어제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참가했다”면서 “대부분 투표에 참가했지만 일부 집 없는 떠돌이 주민들은 참가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선거는 2개의 투표함을 설치하고 찬성과 반대를 표시하는 하나의 정치행사였다”면서 “지난 선거에서는 선거장 중앙에 흰색의 투표함 하나만 놓여 있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빨간색과 파란색 투표함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하지만 선거위원들은 투표하는 주민들에게 절대로 붉은색 함에 넣지 말 것과 파란색 함에만 투표하라고 강요했다”면서 “일부 선거위원들은 빨간색 함에 넣으면 반대하는 것이니 덮어놓고 파란색 함에만 넣으면 된다며 선동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투표장에 들어가는 입구와 나가는 곳에는 투표를 돕는다며 2명씩 선거위원이 배치돼 있었다”면서 “투표장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파란색 함에 넣으라고 강조한 데다 앞뒤 선거위원들 때문에 아무도 빨간색 함에 투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 당국은 산속에 움막을 치고 사는 떠돌이 주민들에게 임시거주를 허락했다”면서 “인근에 위치한 인민반에 임시거주자로 등록시켰지만 실제로 수많은 꽃제비는 신원 누락으로 인해 선거에 참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여기(북한) 선거는 누구를 지지하고 반대하는 투표라기보다는 당국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형식적인 정치행사”라면서 “선거법이 조금 새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누구도 반대표를 던질 수 없다는 게 이번 선거의 실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2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 총비서이며 국무위원장이 11월 26일 도, 시, 군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위한 함경남도 제55호 선거구 제26호 분구 선거장에서 선거했다”고 전하며 “다른 나라에 가 있거나 먼 바다에 나가 일하고 있는 선거자들을 제외한 선거자의 99.63%가 투표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