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인터넷 사용하려면…“감시하에 1시간, 5분마다 지문인증”
2023.12.20

앵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성통만사)’이 최근 북한 내 인터넷 사용 실태를 다룬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는 일부 계층만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며 이들도 복잡한 절차와 사용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성통만사)’이 최근 공개한 ‘북한 인터넷 보고서’ 한글판.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국가와 관련된 직업적 필요성이 없다면 ‘인터넷’ 자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합니다. 일부 정부 관리직과 전문 연구원, 해외 근로자 등과 같은 극소수 계층만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같은 계층이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와 인터넷 사용 규정을 지켜야 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사용목적과 사용하려는 일시, 접속하려는 사이트 등이 포함된 사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후 며칠에 걸쳐 조직 단위의 책임자, 당 비서, 국가보위성 등 다단계에 걸친 북한 당국의 승인을 받게 됩니다. 이 같은 승인을 받은 이후에는 감시관의 감독하에 짧은 시간 동안, 특정 사이트에 대한 접속만 허용됩니다.
해당 보고서에 자문 연구자로 참여한 강영실 북한산업기술연구소 대표는 “북한에서 인터넷 접속 승인 절차가 적어도 열흘에서 보름 정도 걸린다”며 “검색을 통해 찾은 자료도 당국의 검열 이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영실 북한산업기술연구소 대표: 연구소의 경우 단위 책임자에게 사인을 받고 이 책임자가 인터넷을 관리하는 주거지 내의 보위부에 이(사유서)를 접수합니다. 이후 보위부가 상급기관에 보고해 절차를 밟는데, 절차를 거쳐야 하는 곳이 10곳이 넘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인터넷) 사용 시간은 무제한은 아니고 딱 1시간입니다.
인터넷 사용 승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유로운 활용은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글로 작성된 자료의 경우 접근과 내려받기 자체가 금지돼 있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한 명의 사서가 두명의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 앉아 양쪽 사람들이 무엇을 검색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한다”며 “5분마다 화면이 자동 정지되고 사서가 인터넷 사용을 위해 지문 인증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보위부원도 이 자리에 상주하며 상황을 감시한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북한 내에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장소로 외무성 대외통신관리국, 국가과학원 도서관 2층 등을 꼽았습니다.
반면 평양 주재 국제기구 직원 및 외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국제기구와 함께 업무를 하는 일부 북한 관료가 국제기구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사용했다가 체포된 사례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 내부망, 즉 인트라넷도 복잡한 승인 절차와 낮은 효용성으로 이용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성통만사가 탈북민 1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네트워크 사용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8.4%가 인트라넷을 알지 못했고 단 15.2%만이 인트라넷 사용 경험이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의 인트라넷 사용률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관료적 규정과 비용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자인증법 준수, 감시 소프트웨어와 지정 방화벽 및 백신(왁찐) 설치, 접속 장비 구입과 망 설치 비용, 이용료 등은 일반인으로서는 인트라넷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겁니다.
보고서는 “북한 체신성이 가정용 케이블 설치비로 미화 150달러를 청구하고 전자 도서관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쌀 1kg 금액에 해당한다는 증언이 있다”며 “설치비를 비롯한 인터넷 사용비용은 월 평균 소득이 미화 80달러인 북한에서 과도하게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모바일 인트라넷 요금제는 한 달에 약 14달러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의 사치품으로 간주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남바다 성통만사 사무국장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인터넷 접속 자체가 기본 인권의 하나로서 받아들여져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이 이 같은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남바다 성통만사 사무국장: 북한 주민들 모두가 그 사회에서 조금 더 인간답게 살 수 있고, 자기 삶을 좋게 만들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있는 거죠.
한국 내 북한 인권 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지난 6월 ‘북한 인터넷 보고서’ 영문판을 발간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한글판은 영문판의 번역 및 증보 작업을 거친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24명의 탈북민에 대한 심층 조사와 1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북한 내 인터넷 및 인트라넷 사용 실태, 북한 주민들의 인터넷 접근권을 강조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