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일 총리 “북과 고위급 협의 진행할 것”…김정은 만날까?

워싱턴-조진우 choj@rfa.org
2024.01.31
기시다 일 총리 “북과 고위급 협의 진행할 것”…김정은 만날까?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5월 7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차량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앵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을 실현하기 위해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미일 3국 공조 분열을 원하는 북한이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30일 일본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 나선 기시다 총리.

 

납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며 북한과의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합니다.

 

기시다 총리: 납북자 가족의 고령화에 따라 시급한 납북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인도적 문제이자 정부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북∙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반도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가 김정은 총비서에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 새로운 것은 아니라면서도 북∙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랜드연구소의 정치학자 나오코 아오키 연구원은 31일 RFA에 김정은 총비서가 올해 초 노토 반도 강진 이후 기시다 총리를 각하로 호칭하며 지진 피해를 위로하는 전보를 보낸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는 아직 단언하기 이르지만,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3국 협력에 균열을 일으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그는 일본은 북한과의 외교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 및 한국과의 협력과 미묘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북∙일 외교로 미국 및 일본과 협력하며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현재 한국의 외교 방식에 반대하는 세력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으며, 이는 3국 협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유코 나카노 연구원도 이날 RFA에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조건 없이 김정은과 만날 의향을 밝혔다며 앞으로도 납북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6월과 10월 국회 연설에서도 북∙일 정상회담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고, 11월 일본인 납치 피해자 관련 행사에 참가해 북∙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히로시마대학 객원 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 기자는 자민당 정치자금 의혹으로 위기에 놓은 기시다 총리가 국면 전환용으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키노 기자: 기시다 총리는 요즘 정치자금 문제로 비판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작은 성과라도 내기 위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특히 그는 기시다 총리는 현재 지지율이 30% 미만으로 매우 낮아서 9월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며 9월 선거 전에 북∙일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 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도 이날 RFA에 지난 1년 동안 일본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 왔다며 양국 외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일본과 북한의 비밀 회담은 수년 동안 북한이 진행한 유일한 외교적 접촉으로 보인다며  “일본은 주로 납북자 문제 진전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한반도에서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북한의 위협적인 발언과 행동이 점점 늘어난 것도 의제에 올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RFA는 북∙일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북한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31일 주유엔 북한대표부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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