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본과 정상회담 통해 한일ㆍ한미일 협력약화 꾀할 것”
2024.02.28
앵커: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 관련 물밑 접촉이 성과를 낼 것인지 주목되는 가운데, 북한이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ㆍ한미일 협력 약화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일본이 독자 대북제재 일부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이 27일 발표한 ‘일ㆍ북 정상회담 가능성’ 보고서.
보고서는 최근 북한이 한국, 미국과 다르게 일본을 향해서는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과 관련해 “세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우선 북한이 최근 강화된 한국과 일본의 협력 정도를 시험하고 약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를 활용하려는 북한 입장에서는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가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며, 북한으로서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 타진을 통해 한일 협력 수준을 시험하고, 이후 여건이 충족되면 실제 일본과 관계 개선을 시도해 한일 협력 약화, 나아가 한미일 협력 균열을 꾀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지난해 12월 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관계’,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며 한국과 별개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명분과 전략적 공간도 확보했다고 밝혔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보고서는 “기시다 일본 총리가 납치자 문제를 북한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5일 담화를 통해 “일본이 우리의 정당방위권에 대해 부당하게 걸고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평양 방문도 가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종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라며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일본이 독자 대북제재 일부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현재 기시다 일본 총리로서는 납치자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내부의 요구,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앞서 지지율을 높여야하는 과제 등에 마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종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저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선물 중에서 어떤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일부 완화, 모두 할 수는 없고요,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일부 완화 정도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독자 행보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정부를 향해 일본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것을 주문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김영호 장관은 16일 아리랑TV와의 인터뷰 등에서 “북한이 서울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 도쿄로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북일 정상회담 성사에 ‘정당방위권을 부당하게 걸고드는 악습을 털고 납치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조건을 단 것과 관련해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기시다 일본 총리가 ‘대담한 현상 변경’, ‘조건없는 회담’을 언급한 바 있다며 전제조건을 붙이지 않은 논의 자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9월 UN 총회 연설에서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총비서와 직접 마주하겠다는 결의를 전달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9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지금 북일관계에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조 교수는 또 “지금까지 일본 정부 태도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납치 피해자 가족들의 입장이었다”며 “현재 일본 정부가 비교적 유연하게 나설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 납치 피해자 가족모임 및 지원단체는 지난 25일 합동회의를 열고 ‘(피해자)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 피해자 전원의 일괄 귀국이 실현된다면, 일본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실행하고 북한에 부과하는 독자 제재를 해제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뜻을 엄숙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모든 대북현안의 포괄적 해결에 무엇이 가장 효과적일지 부단히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성렬 교수의 말입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과거에도 2014년 스톡홀름 합의 때도 당시에 일본 피해자 가족들이 제재 완화에 동의해서 합의는 했거든요. 아마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일본 정부가 조금 더 유연하게 나올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조 교수는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라는 대목을 붙이는 것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번복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려는 의도, 김 부부장이 중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최고지도자의 단독 결정에 따르는 위험을 완화하려는 의도 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이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보고서 저자는 김태주 연구위원, 김종원 부연구위원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