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군 당국이 군에 입대하는 초모생(신병)들을 안전하고 편한 부대에 배치하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요구하고 있어 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1일 “4월에 진행되는 올해 초모생(신병) 모집 시기가 되자 군사동원부(병무청)에서 편안한 부대로 보내주겠다며 초모생 부모들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이런 요구를 받은 부모들로서는 자식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돈을 바쳐야 하겠으나 요구하는 액수가 너무도 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시 수남구역에 사는 한 주민은 군에 입대하는 아들을 조금 편안하고 안전한 부대에 보내 달라고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군사동원부 간부에게 부탁했는데 그 간부가 최소한 300달러는 내야 한다고 말해 난감한 처지 속에서 큰 고민에 쌓여있다"면서 "오래전부터 잘아는 처지인데도 300달러를 요구하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대체 얼마나 받아내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청암구역에 사는 한 주민은 도 군사동원부에 있는 간부로부터 아들을 평양시 위수경무부(군사경찰)에 보내준다는 약속을 받고 5백달러의 뇌물을 주었다”면서 “뇌물을 준 대가로 해당 주민의 아들은 보통 사람은 갈수 없는 평양에 있는 경무부대에서 신병 교육을 받고 교육이 끝나 평양시에 배치돼 군복무를 시작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출산율 저하로 자식이 한 명, 많아야 2명이다보니 주민들로서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자식들을 위험하지 않은 곳으로 보내려고 하고 있다”면서 “군사동원부 간부들은 이런 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해 초모생의 부대 배치를 미끼로 뇌물을 챙기고 있어 주민들이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동림군의 한 주민소식통은 11일 “우리 동네에서도 자식을 군대에 내보내게 된 주민이 여럿이 있다”면서 “입대하는 아들을 둔 동림읍의 한 주민은 아들이 안전하고 편한 부대에 배치되게 해달라고 군사동원부에 청탁했지만 간부가 요구한 300달러를 바치지 못해 결국 그 아들은 최전선 지역인 1군단 관하 부대로 배속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동네는 협동농장이 있는 마을이어서 초모생들도 대부분 평범한 농민의 자식들이고 이처럼 힘도 돈도 없는 초모생들은 대부분 강원도의 험준한 산골에 있는 전선 부대에 배치되고 있어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들의 걱정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동네 주민들도 군사동원부 간부에게 뇌물을 바치면 자식들을 군생활이 쉽고 안전한 부대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소한 300 달러이상을 요구하는 군사동원부 간부들의 말에 농민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아들이 힘든 부대에 배치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군사동원부 간부들의 초모생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뇌물행위는 당국에서도 알고 있지만 이를 제지할 방도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묵인하는 것인지 군사동원부 간부가 뇌물 받아먹은 이유로 처벌 받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이 나라에서는 힘있고 돈있는 집 자식들은 편하게 군복무를 할 수 있지만 돈도 권력도 없는 서민 자녀들은 어렵고 힘든 군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2021년 들어 북한 군 복무연한은 남자는 7년, 여자는 5년으로 단축됐고, 유엔인구기금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은 1.9명입니다.
기자 이명철,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