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대화와 협력 제의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당분간 국방력 강화와 한반도 상황관리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세종연구소가 5일 발표한 '북한의 노동당 규약 개정 내용과 대내외 정책변화 평가' 보고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일 시대에 남북교류협력을 정당화했던 담론인 '우리민족끼리'론 대신 국가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우리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 4.27 판문점선언, 6.15 공동선언 등 남북 간 주요 선언 관련 기념일에도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노동신문에도 한국 관련 기사나 논평을 게재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이 당분간 국방력 강화와 한반도 상황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며 한국과의 교류 협력이나 통일은 중장기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더해 북한이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개정한 당 규약에서 이른바 '남조선혁명' 언급을 삭제한 것은 북한의 통일 포기가 아닌 통일 전략 수정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내 투쟁을 지원해 '남조선혁명'을 성공시켜 통일하겠다는 전략이 북한의 '강력한 국방력'으로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해 통일을 앞당기겠다는 전략으로 바뀐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정성장 센터장은 북한이 새 당 규약 서문에서도 핵과 미사일에 기반한 우월한 국방력으로 한반도 정세 안정과 통일도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 될수록 북한은 한국에 대해 더욱 강압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전략사령부 창설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응하고 한국, 북한,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4자회담이나 일본과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6자회담을 추진하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강화는 북한이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구조적 압박 속에서 택한 생존전략의 하나로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는 지난 15일 한국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의 생존전략 중심의 방향 설정은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 그리고 기대와는 확연히 결이 다르다고 진단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나타난 북한의 전술핵 보유 등 군사적 공세성과 핵무장국으로서의 군사적 목표 수정은 대단히 의미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나 북한은 모두 자신의 정권과 체제에 대한 생존을 우선적으로 추구할 수 밖에 없고요. 그러한 상황 속에서 남북한은 전쟁까지 한 마당에 어떤 협약이나 조약을 해도 그것은 사실 남북한 관계를 안정시킬 수 없습니다.
김흥규 교수는 이러한 구조적 제약 속에서 미북관계의 근본적인 변화 또는 의미있는 남북 교류협력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어떻게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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