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 억제력’ 발언, 핵보유 정당화 의도”

워싱턴-지정은 jij@rfa.org
2020.07.28
kju_old_soldiers_b 북한이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이라고 부르는 6·25전쟁 휴전 67주년이었던 지난 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6회 전국노병대회가 열린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자위적 핵 억제력’을 언급한 데 대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보유 의지를 재차 내비치면서 이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평가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8일 제6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이 ‘자위적 핵 억제력’을 언급하며 국방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정전협정 체결 67주기 기념일을 맞아 27일 열린 이번 노병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핵 억제력으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며, “미 제국주의”, “침략성과 야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미국을 겨낭한 반면 중국 측에는 전투적 우의의 모범을 보였다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핵 억제력’ 발언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보이면서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미국 워싱턴 스팀슨센터의 올리 하이노넨 박사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은 북한이 현재 자국의 안보 문제가 신뢰할 수 있는 핵 억제력을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핵능력 개발은 전쟁발발을 막는다기 보다는 단지 대규모 (대북) 공습의 문턱(기준)을 높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Development of nuclear capabilities will not prevent a war; it just raises the threshold for large attacks.)

예를 들어 북한의 적국이 대북공습에 나서려 할 때 북한의 핵능력 때문에 다소 주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는 또 최근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 동향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북한과 같은 작은 나라는 막대한 핵무력(massive nuclear forces)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의 핵 억제는 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ility)에 바탕을 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예측 불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체 연료를 사용한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하고 실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탄도미사일이 실제 발사되면 다른 국가들은 대처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위원장의 핵 억제력 발언은 미국과 같은 적국들로부터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력이 필요하다는 북한의 지속적인 주장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북한은 앞으로도 방어에 필요하다고 느끼는 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AP통신 평양 지국장을 지낸 진 리(Jean H. Lee)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 센터장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의 연설은 북한이 앞으로도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무기를 개발하고 확대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이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를 조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을 외교적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북한이 연설을 통해 미국 측에 상기시키고 싶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군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핵무기가 그들의 주권이며 북한 당국이 핵무기를 소유할 만한 책임감 있는 국가(responsible actor)로 보이게 하기 위한 의도라고 전했습니다.

고스 국장: (이 연설은) 다른 국가들에게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빠르게 보유해 나가고 있다고 알리는 북한의 전략적 메시지라고 보입니다. 북한 정권 내부적으로는 (핵무기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목적이며, 미국에는 북한과 관여하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목적입니다.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 또한 김 위원장의 핵 억제력 언급은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비핵화는 단지 협상을 깨는 요소(deal breaker)로 작용할 뿐이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라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더불어 그는 북한이 미국과 중국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인 것과 관련, 김 위원장이 현재 미중 양국 간 갈등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실리를 추구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외에도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최근 평양시당 간부들에 대한 식량 배급이 중단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연설에서 드러난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는 북한이 중국을 통해 식량 부족과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베넷 연구원: 그들은 현재 식량 필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내부 자원이 없으며, 그것은 김 위원장이 외부로부터 공급 체계를 찾아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는 제재 완화나 원조와 같은 원하던 바를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얻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중국에서 도움을 얻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김 위원장의 핵 억제력 발언과 한국 국방부 장관의 맞춤형 억제전략 언급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28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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