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①: 중대 전환점 맞은 한반도] “‘CVID’ 관철 미 vs ‘핵보유국’ 주장 북 접점찾기가 최대 관건”

서울-김은지 kime@rfa.org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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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연이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중대 전환점을 맞은 한반도 정세를 전망하고 북핵 해법을 진단해보는 기획보도를 네 차례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분수령이 될 미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정세 전망을 전해드립니다.

보도에 서울의 김은지 기자입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미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동북아의 안보환경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중요한 단초가 될 전망입니다.

한국 외교가는 대북특사단이 발표한 남북 합의 6개항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 의지 천명(3항)과 미북대화(4항)의 추진방향이 한반도 정세의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는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게 한국 외교가의 평가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김정은 위원장은 고강도 제재로 인한 경제파탄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말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대의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빅딜을 추구할 만한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구조적 제약요인으로 인해 향후 비핵화 협상과정은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능력이 급속도로 고도화됐습니다.

지난해 11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선 핵무기 대량생산과 실전배치까지 언급했습니다. 북핵 문제가 동북아 안보지형을 바꿀 수 있는 이른바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한 겁니다.

한국 내에선 북한의 핵무장 완성까지 2차 공격능력확보에 필요한 핵탄두 실전배치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통제기술 확보만이 남았다는 점에서 비핵화 기회의 창이 불과 1~2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북한이 올해 들어 대화국면으로 전격적으로 돌아선 것도 대미 핵 억제력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란 관측입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핵개발을 일단락지었다고 보고 이제는 미국과 대화를 통해 대북제재 등에서 벗어나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북한이 미국보다 오히려 대화의 필요성을 더 느꼈다고 볼 수 있죠.

북한은 그런만큼 향후 협상과정에서 자신들의 핵폐기에 대한 대가를 극대화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핵화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내려 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평화를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언급한 것도 시간끌기 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숙 전 주유엔대사: 북한이 향후 협상에서 한미가 바라는 대로 핵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나올 가능성은 0.001%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을 거듭 합리화하면서 이제는 핵을 보유한 입장이니깐 핵 보유국의 대우를 정당하게 해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만일 그렇게 나올 경우 미북회담 전망은 상당히 어두울 수 밖에 없죠.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의 개념이 한미와 차이가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7월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비핵화 5대 조건’을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남한 내 핵무기 공개와 철폐 및 검증, 주한미군 철수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향후 협상에서 무엇을 요구하는 지가 핵폐기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외교안보진용이 강경파들로 포진된 점도 북핵 협상의 난항을 예고합니다.

한국 외교가에선 미국이 협상 추진과정, 또는 협상과정에서 북한에 대해 강도높은 압박과 완전하고 조건없는 비핵화 요구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 이면엔 미북대화의 위험부담과 불확실성에 따른 ‘우군’ 확보의 의도가 담겼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 김정은 입장에선 이런 상황 전개에 대해 중국에 적극 설명하고 지원을 받는 일종의 ‘후원군’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든든한 후원 세력을 계속 업고서 대남, 대미 관계를 펼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는 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관철하려는 미국과 핵을 체제 생존수단으로 택한 북한과의 접점 찾기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핵화의 개념과 검증 문제, 평화체제 문제의 등가성 등을 둘러싸고 미북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됩니다.

조남훈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제가 만난 미국의 관료나 전문가들은 모두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검증과 같이 가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거 전례를 볼 때 북한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검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비핵화 협상 프로세스는 깨질 수 밖에 없습니다.

미북이 협상에 실패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대결국면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큽니다. 외교적 해법이 실패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행동을 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정상회담은 외교적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이는 곧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더 이상 외교적 해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럴 경우 남은 방법은 북한이 핵개발을 하도록 놔둔 채 대응하거나 아니면 군사적 옵션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현 상황을 볼 때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한반도에서 제한적이나마 국지적 차원에서라도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됩니다.

미국의 이 같은 대북강경기조는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이미 예고된 바 있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트럼프 행정부는 첫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두번째 요인으로 이란과 북한 등 불량국가들을 규정한 데 이어 뒤이어 나온 핵태세검토(NPR)보고서를 통해 저위력 핵무기 등 소위 사용가능한 핵무기의 적극 개발 방침을 명시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이 같은 국가안보전략을 볼 때 북한의 핵을 순순히 용인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반대로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 배치 유예를 포함한 동결수준에서 북한과의 ‘빅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다 미북대화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북중간 밀착 움직임은 북핵 협상국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구도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의 셈법이 그 이면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중국이 인식하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으로 이뤄진 북중간 해빙 움직임이 자칫 비핵화 추진 동인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유인하는 ‘제재 압박’ 요인이 중국의 이탈로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19차 당대회와 올해 양회를 통해 시진핑 1인 지배체제를 완성한 중국으로선 향후 북핵 문제를 비롯한 대외정책에서 더욱 적극적,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대만, 남중국해는 물론이고 한반도 정책에서 미국과의 갈등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럴 경우 북한의 전략적 입지는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악화된 북핵 환경은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구축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변화시킬 정교한 비핵화 로드맵,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각기 셈법이 다른 미국과 중국 등을 설득해 ‘국제사회 대 북한’의 구도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달 말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은지입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기획보도,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미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정세 전망을 보내드렸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와 전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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