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어 전 대사 “북, 대남도발 거론해 대미관계 불만 표출”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20.06.15
conemn_sk_relay_b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이 지난 9일 남북관계의 파탄 책임을 남측에 돌리며 대남 비난에 나섰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는 이날 조국통일연구원 장명철 연구사의 이 같은 대남 비난 발언을 전했다.
/연합뉴스

앵커: 대남 군사적 도발 행동을 시사한 최근 북한 노동당 김여정 제1부부장의 발언은 미국에 대한 당혹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북한 주재 초대 영국 대리대사를 지낸 제임스 호어 박사가 진단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호어 박사는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남한을 적으로 간주하며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을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에 넘겨주려한다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발언은 미국에 대한 불만을 한국에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호어 박사: 대북 전단문제에 비해 북한의 수사의 수위(level of rhetoric)가 지나치게 높습니다. 전단이 그 정도로 멀리 날고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맹렬하게 공격하고 싶지는 않으니 한국을 상대로 공격하는 것입니다.

호어 박사는 북한은 미국과 관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감을 여전히 갖고 있으면서도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와 국내 문제에 집중해 있는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대통령을 포함해 한국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내던지고 있다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호어 박사는 비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웨덴(스웨리예)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한국센터의 이상수 소장도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지난해 말 새로운 길을 선언했을 때 이미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에 대한 방향을 설정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상수 소장: 미국을 그렇게까지 자극을 안 하고, 한국을 이용해서 미국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게 된 것 같아요. (한국을) 중개자라기보다는 미국과의 다리를, 쉽게 디딜 수 있게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본 거고…

북한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과 협상에 나설 경우 체제 안전보장 등에 대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군사도발에 나서려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입니다.

이상수 소장은 다만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되는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는 한국을 겨냥한 군사적 행위가 북한의 이같은 전략적 목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도 북한이 미국을 직접 자극하는 군사행동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6∙15선언 20주년을 맞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밝힌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는’ 방안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입니다.

이와 관련해 라몬 파체코 파르도 벨기에(벨지끄) 브뤼셀자유대학 유럽학연구소 한국석좌도 북한은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더 영향력을 행사해 남북사업을 위한 제재 면제를 받아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김여정 제1부부장의 주도로 위기를 조성해 그가 필요시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그의 달라진 위상을 주민들에게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