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는 중국 베이징에서 13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불법적인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에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남 공중 도발을 가정한 전군 통합 훈련도 실시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만난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한국 외교부는 14일 북러 간 무기거래 문제가 회담에서 논의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양국 간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주일 한국 외교부 부대변인의 말입니다.
이주일 한국 외교부 부대변인 :조 장관은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 지으면서 위협적 언사와 각종 도발을 통해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 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중국에 북한 문제에 대한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습니다.
조 장관은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 지으며, 위협적 언사와 각종 도발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지속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같이 요청했습니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중국 측에 탈북민 강제 북송과 관련한 우려도 전달했다며, 왕이 외교부장이 이에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양국이 한중일 협력과 한반도 형세 등 공동의 관심사인 문제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한중 양국은 회담에서 오는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조율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지속해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고위급 교류·경제협력 등 양국관계 전반과 북핵·북한 문제, 지역·국제 정세 등을 논의했습니다.
양국 외교수장이 대면한 것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이후 처음이며, 한국 외교장관이 베이징을 찾은 것은 2017년 11월 당시 강경화 장관 이후 6년 반 만입니다.
2022년 8월엔 당시 박진 전 장관이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 부장과 회담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항공기와 미사일 등으로 대남 도발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 육·해·공군과 해병대 전력이 참여하는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공군작전사령부가 주도한 이번 훈련에는 지상작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참여한 가운데 F-35A, F-15K, KF-16 등 전투기 30여대와 지대공 유도 무기인 ‘천궁’과 ‘천마’, 자주대공포 ‘비호’, 이지스함 등 각 군 전력이 투입됐습니다.
이번에 실시된 것은 북한의 항공기가 대규모로 남하하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로 보이는 항적이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탐지된 상황을 가정한 훈련입니다.
한국 공군은 “이번 훈련을 통해 하마스식 기습 공격, 이란·이스라엘 간 공중폭격 등 최근 일어난 공중 도발 사례들을 분석해 군이 대비해야 할 모든 공중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합동성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이 남북을 적대국 관계로 규정하고 이른바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대남 노선을 전환한 것은 오랜 경제난과 핵개발로 누적된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이란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3차장을 지낸 한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이날 외신을 대상으로 열린 국립외교원 정책간담회에서, 북한이 대남노선 전환을 선언한 뒤 보이는 대외적인 위협이나 공세 수위가 예상보다 낮은 반면 이른바 ‘민족·통일 지우기’ 등 내부 다스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한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북한이 최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국제 정세를 활용해서 오랜 핵개발로 내부에 누적된 여러 가지 부작용,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객원연구위원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선대에 대한 우상화 수위를 낮추는 한편 지방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것 외에도 전반적인 외교 활동을 늘리는 등 대남노선 전환 이후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한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자신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오히려 강화하는 가운데 평양 특권층 중심 경제 운영이나 사회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한 외교 노선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여전히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