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 “대북 확성기 준비 완료”...전문가 “융통성 있게 실행해야”
2024.06.25
앵커: 한국 군은 대북 확성기 임무가 부여될 경우 즉시 시행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응 수준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북 확성기를 활용할 것을 제언했고, 한국 군 대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은 25일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관련해 대북 확성기 방송 준비가 끝난 상태이며, 임무가 부여될 경우에는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전략적, 작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실장은 또 “상황은 늘 변한다”며 “여러 가지 카드가 있기 때문에 그 카드를 먼저 공개하는 것도 불리하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합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오늘은 대북 확성기 방송 실시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모든 것은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국 군은 앞서 지난 9일 접경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행하며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대응한 바 있습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한국 군이 활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실장은 이어 “그렇기 때문에 한꺼번에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전술이 아니다”라며 “북한의 태도에 따라 융통성 있게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김 실장은 또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겠다고 명확하게 밝히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가져가는 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대응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대북 확성기 방송은 우리 한국군이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북 칩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슬라이스 전술을 통해서 사용할 것인지 대기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은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보죠. 전략적 모호성을 띠게 하는 것이 저는 좋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김 실장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언급한 ‘새로운 대응’과 관련해 “북한도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맞대응할 가능성, 나아가 대남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 실장은 북한이 오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운 ‘해상 국경선’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고, 이와 관련해 북한이 서해상에서 회색지대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2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한국의 북방한계선(NLL)을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 국경선’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김 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는 수중드론 등이 활용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새로운 대응’과 관련해 한국국방연구원의 이장욱 연구위원은 ‘대북 확성기 재개 후 북한의 새로운 대응 시사와 우리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북한의 향후 행동은 현상 변경에 대한 북한의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강력한 현상변경’을 시도할 경우에는 “유력한 대상은 김정은이 ‘서해상 국경선’을 언급한 것을 고려할 시, 북방한계선(NLL)일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도발 강도도 점차 강화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제한적 현상변경’을 시도할 경우엔 한국 정부의 위상을 실추시킬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GPS 교란, 사이버 범죄를 위장한 자금 탈취 등이 이뤄질 수 있으며, 북한이 가장 낮은 단계인 ‘최소한의 현상변경’만 추구할 경우에는 대남 확성기 맞대응, 오물풍선 살포량 증가 등이 이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연구위원도 김열수 실장처럼 한국 군의 ‘융통성’ 있는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의 의도가 추가도발과 긴장고조에 있을 경우에 대비해, 상황 통제 차원에서 대응의 강약을 조절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러한 “강약 조절은 향후 대북 대응카드의 여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대북 확성기 관련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 군 당국의 방침은 당분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군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융통성은 북한이 회색지대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 대해서만 발휘되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만약 북한이 ‘강력한 현상변경’ 의도를 갖고 고강도의 국지도발을 감행할 경우엔 한국의 대응이 단호한 대응이 될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인지시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