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증정하지 못한 기관, 기업소들을 조사해 그 이유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설날과 주요 명절이면 기관, 기업소 별로 김일성, 김정일 동상 앞에 꽃바구니를 증정하고 추모 인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주요 명절마다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올리는 추모 인사는 유치원 어린이들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의무입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교육 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8일“시당과 시 청년동맹에서 16일 아침,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증정하지 못한 학교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꽃바구니를 증정하지 못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히 교육부문에만 한정된 조사가 아니고 모든 기관, 기업소, 사법기관과 군부대들도 해당되는 조사”라면서“너무도 갑작스러운 조사여서기관, 기업소 책임자들과 당일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전례가 없는 조치로 과거엔 꽃바구니가 당연시 돼 조사도 필요없었는데 코로나 이후 꽃바구니를 증정 못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이런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증정하고 추모인사를 올리는 주요 명절은 양력설과 음력설,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광복절, 건국절과 당창건기념일, 이렇게한 해에 7번”이라며“이중 야외에서 얻은 꽃으로 꽃바구니를 만들 수 있는 명절은 광복절과 건국절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북한에서 어린이를 포함한주민들은 추모 인사만의무이고헌화는 의무가 아닌데꽃바구니는 기업소에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머지 5개의 명절은 모두 이른 봄이나 늦은 가을, 겨울철에 있어 온실에서 가꾼 꽃으로 꽃바구니를 만들어야 한다”며“하지만 난방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과거 꽃을 가꾸기 위해 온실을 운영하던 기업소들도 지금은 온실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과의 거래가 활발해 꽃바구니에 필요한 꽃은 모두 중국에서 사들였다”며“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중단된 중국과의 거래가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꽃을 사들일 방법도 없게 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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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0일“‘고난의 행군’이후 꽃을 가꾸던 온실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꽃바구니에 쓸 꽃은 전부 중국에서 사들였다”며“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중국과 거래가 중단되자 화초 무역도 중단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생화를 구할 수 없어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지화(종이꽃)로 만든 꽃바구니를 증정했다”며“그런데 지난해 4.15부터 지화로 된 꽃바구니를 없애라는 지시를 중앙에서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이 활성화되지 않았는데 생화로 된 꽃바구니만 요구해 힘없는 기업소들은 명절날 꽃바구니를 포기해야 했다”며 “이에 대해 지금껏 아무 말이 없었는데 이번 2월 16일부터 갑자기 꽃바구니 증정상황을 따지기 시작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꽃바구니를 증정하지 못한 기업소들은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상황에 맞다 들렸다”며“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해 꽃바구니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라고 걸고 들면 힘없는 기업소 간부들은 뭐라고 변명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직 조사 단계여서 처벌 수위 등은 즉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생화로 된 꽃바구니만 요구된다면 중앙에서 온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땔감을 보장해 주든지, 아니면 꽃을 사올 수 있게 중국과의 무역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