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새 우표통보에 러시아어 병기…“북러관계 반영”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25.01.09
북, 새 우표통보에 러시아어 병기…“북러관계 반영” 북한의 2025 새 우표통보. 한국어, 영어, 중국어와 함께 러시아어가 병기돼있다.
/ ‘조선우표’ 사이트 자료 캡쳐

앵커: 북한이 매년 새해를 계기로 내놓는 새 우표 통보에 러시아어 설명을 병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밀접해진 북러 관계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2025년 새해를 맞아 내놓은 새 우표 통보’, 즉 발행통보는 올해 발행할 우표를 예고하는 일종의 소개서로, 이번 북한의 발행통보에는 한글과 영어, 중국어와 함께 러시아어가 병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조선우표웹사이트에 게재된 새 우표통보에는 올해 발행된 우표에 대한 설명, 우표의 기술적 특성과 크기, 증권엽서 등의 설명이 러시아어로 함께 병기돼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발행통보는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로만 설명이 기재돼 있었기 때문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 통일부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체 발행통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확인 범위는 제한적이나 지난해말까지는 우표통보에 영어, 중국어만 병기돼 있었다올해 11일부터 영어, 중국어와 함께 러시아어 설명이 병기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우표를 연구하는 정다현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1~2년 사이 북한과 러시아의 긴밀한 관계가 반영된 현상으로 분석했습니다.

 

정 박사는 북러가 ‘조로친선의 해를 기념해 우표를 발행했던 지난 2015년에도 발행통보에 러시아어를 병기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현상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다현 박사] 러시아어가 이렇게 전면적으로 들어간 적은 없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 간 친선 우표를 발행할 때는 러시아어가 들어간 적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통보 자체에 (러시아어를 병기함으로써) 주요 고객층을 러시아로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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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우표’ 사이트 자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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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북한이 발행한 우표첩에서도 강화된 북러관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우표홈페이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10조로친선조중친선이라는 우표첩을 발행했는데, 조로친선 우표첩의 재고번호는 ‘Ba79’, 조중친선 우표첩은 ‘Ba80’으로 조로친선 우표첩의 재고번호가 앞서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은 선대지도자들의 생일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 측으로부터 받은 축하 선물을 소재로 우표를 발행하는데, 해당 우표들의 재고번호 순서도 예년과 달라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23년 중국이 김정일 생일 선물로 보낸 옷칠병풍 청명상하도우표의 재고번호는 ‘Sp6985’, 러시아의 선물인 은술그릇일식우표의 재고번호는 ‘Sp6986’으로 중국이 보낸 선물을 소재로 한 우표의 재고번호가 앞섰습니다.

 

그런데 2024년 중국이 김정일 생일을 계기로 보낸 선물인 자기꽃병우표의 재고번호는 ‘Sp7087’, 러시아가 보낸 선물인 은꽃병우표의 재고번호는 ‘Sp7085’로 러시아 선물 우표의 재고번호가 중국보다 앞선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다현 박사는 “우표는 북한 선전선동의 정수이자 내부의 변화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2024년 관련 우표 목록에서부터 러시아 측 선물이 먼저 등장한 뒤 중국 측 선물이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정 박사는 북한이 우표 판매 등의 수단으로 대북제재를 우회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정 박사는 “만국우편협약 등에 따라 북한과 우편 교환이 가능한 국가들이 있고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조선우표의 보급거점이 있다북한이 북러관계의 활용범위를 우표에까지 펼치고자 한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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