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 비상계엄 사태 첫 보도

서울-이정은 leeje@rfa.org
2024.12.11
북, 한국 비상계엄 사태 첫 보도 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앵커: 북한 관영 매체가 한국 비상계엄 사태를 약 일주일 만에 처음 보도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11일 한국 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보도한 북한 관영매체.

 

지난 11월부터 한국 내 반정부시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해온 북한이 지난 4일 사태 발생 직후 이를 중단했다가 사태 발생 약 일주일 만에 계엄 관련 소식을 내부에 알린 겁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이번 보도를 통해 내부에 한국 내 계엄 사태 소식을 전하고 외부에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알리는 데 그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사태를 관망하다가 사태가 어떤 식으로든 일단락 되는 시점에 관련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일단 초기 관망에서 예의주시 형식으로 보도하는 데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이후에 실제로 탄핵이 이루어지든 사태가 일단락될 때 여기에 대한 북한 식의 입장 표명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가운데 제3자적 입장에서 보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한국의 계엄 사태를 내부에 어떻게 전할지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윤석열 정부 비판과 한국 사회의 불안정성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관련 소식을 주민들에게 전하고 있지만 북한이 의도한 대로만 정보 제공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이를 통해 북한의 독재 정권과 한국의 민주주의 사회 간 차이를 실감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은 정당도 없고 정치적 반대라는 것도 없고 김정은을 끌어내 탄핵할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 아닌데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북한 엘리트들이나 고학력층들 지식인들한테는 상당히 정치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판단이 됩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북한 공산 세력종북 반국가세력으로부터 한국을 수호하겠다며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4일 새벽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한다며 계엄을 해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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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이 12·3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이에 따른 남한의 탄핵 정국을 처음으로 보도하며 대남 비난 공세를 재개했다. /YT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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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매체는 시리아 독재 붕괴, 북한군 러시아 파병,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선 여전히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인태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지도부에겐 한국 내 상황도 예의주시할 대상이지만 시리아의 독재 붕괴가 더욱 충격적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리아에서 50년 이상 독재를 이어온 아사드 정권의 모습은 북한의 상황과 겹쳐 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은 시리아 독재 붕괴 관련 소식을 관영매체에 싣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인태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내부에서 반군들이 일어나 정부군을 공격한 부분, 그리고 대통령은 다 버리고 (도망)갔는데 사저 안에서 명품이 나오는 부분들이 김정은한테는 눈길이 많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북한은 외국의 독재 정권 붕괴를 반면 교사 삼고 체제를 강화하는 데 이를 활용해왔다며 권력기관, 보위부, 안전부 등 기관에는 시리아 사태를 알리며 경각심을 높이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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