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젊은 세대’ 활용 사회 활성화 시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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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젊은 세대'를 앞세워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애쓰고 있지만 그 시도가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확 달라진 젊은 세대에 북한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를 앞세워 침체된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던 북한 당국의 시도가 계속 좌절되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 청년동맹 부문의 한 소식통은 2일 “중앙의 지시에 따라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조선사회과학연구원에서 각 도 청년동맹에 연구진들을 파견했다”며 “연구진들은 사회 각계에 진출한 20대 청년들을 상대로 여러가지 실험과 조사활동을 진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양강도 청년동맹에 파견된 연구진들은 20대가 주류를 이루는 혜산고등기계전문학교, 16~17세 학생들이 공부하는 성후고급중학교와 젊은 노동자들이 많은 혜산청년광산에 머물며 학업 경쟁과 노동 경쟁, 개별적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심리 조사를 실시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여러 형식의 경쟁과 심리 조사 결과 사회과학원은 지금의 20대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사회과학원에서 올린 연구결과 보고서를 보고 중앙에서도 매우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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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소년단창립(6월 6일) 78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에 꽃바구니를 진정하는 모습. /연합

소식통은 “20대 청년들을 앞세워 나라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당국의) 시도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부터 있었다”며 “2021년 1월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1차 전원회의에서 나라에 활력을 불어 넣어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나라의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2021년부터 자원 진출 형식으로 20대 청년들을 사회의 어렵고 힘든 부문에 파견하기 시작했다”며 “또 정세 긴장을 구실로 20대 청년들로 인민군대 탄원 모임도 요란하게 열어 보았지만 사회 분위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숨은 영웅 창조, 선구자 만들기를 비롯해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그동안 중앙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했다”며 “과거에는 영웅이나 선구자를 만들면 젊은 세대가 크게 호응을 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 이익에 맞든 안 맞든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해부터 기동예술선전대 인원을 급격히 늘리고, 집중경제선동대까지 만들어 하루 종일 거리에서 북을 치고 나팔을 불고 있다”며 “그럼에도 사회분위기는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위축돼 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사회가 활기를 띠지 못하는 원인을 청년들의 무기력함에서 찾고 있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개인주의, 보신주의에 빠져 안일만 추구하기 때문에 사회 발전이 더뎌지고 있다는 건데 내가 보기엔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없는 것이 이 사회가 활력을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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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지식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일 “50대인 우리는 일부러 불법 휴대전화를 빌려서 한국에 간 가족들과 통화를 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불법 휴대전화를 손에 쥐어 주어도 한국에 간 가족들과 통화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며 “요즘의 15세 이상, 30세 미만의 젊은이들은 우리 세대와 완전히 다르고, 30~40대와도 완전히 다르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젊은이들은 무슨 일이든 목숨을 걸려 하지 않는다”며 “우리 세대가 목숨을 걸고 시청하던 한국 영화나 한국 음악도 요즘 젊은이들은 자주 시청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요즘 젊은이들은 항상 자기 주변에 보위부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래서 친구도 많이 만들려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는 20대에 늘 무리를 지어 몰려다녔고, 새것에 관심이 높아 밀수나 탈북도 서슴지 않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다”며 “현재 어쩌다 밀수를 하거나 탈북을 시도하다가 잡히는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20대가 아닌 3~40대 이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 기성세대들은 개별적인 과제를 주거나 다른 사람과 경쟁이 붙었을 경우 작업에 엄청난 속도를 보여주었다”며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개별적인 과제를 주거나 다른 사람과 경쟁을 붙여도 서로가 눈치를 보며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을 게을리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회 공동재산에 아무런 책임도 느끼지 않고, 사회적인 노동에 극도로 몸을 아끼고, 저항도 하지 않고, 순응도 하지 않는 개인주의자들이 요즘 젊은 세대”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요즘 젊은이들을 ‘소 잡아 먹은 귀신’에 비유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한편, “소 잡아 먹은 귀신”은 느려 터지고 말이 없어 도무지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북한의 속담입니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입국한 탈북민 196명 중 20대와 30대, 이른바 'MZ 세대' 탈북민은 모두 99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