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88세로 별세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과 옛 소련·중국과의 공식 수교 등 외교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하다 26일 오후 1시 반쯤 88세로 별세한 노태우 전 한국 대통령.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87년 6월 10일 당시 한국의 여당이었던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고, 같은 해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세계적인 이른바 '탈냉전 시대'와 겹친 재임 기간 동안 한국 외교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국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옛 소련과 중국 등 공산권 국가와 정식 외교관계를 맺었고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첫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 채택 등 남북관계 개선에도 성과를 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취임사에서 '이념과 체제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내세우며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도 내비쳤습니다.
노태우 전 한국 대통령: 이념과 체제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은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 공동의 번영에 기여할 것입니다. 북방으로의 이 같은 외교적 통로는 통일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남북관계 재정립에 나섰고, 이는 1991년 말 남북화해와 불가침을 선언한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과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이어졌습니다.
1990년 10월 당시 강영훈 한국 국무총리는 한국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을 찾아 2차 남북 고위급 회담을 가졌고,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후 남북한 양측 총리들은 8차례나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남북 기본합의서를 탄생시켰습니다.
합의서에는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군사적 침략행위를 하지 않으며,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군사당국자 간 직통전화를 설치하는 등 상호 협력의 기틀을 다지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한국 정부 수립 이래 처음 맺은 공산권 국가와의 정식 외교관계는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이라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1989년부터 헝가리,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등 동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시작으로 옛 소련, 중국과도 공식 수교하는 등의 노력이 유엔 동시가입에 부정적이었던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동구권 수교 확대 등의 영향으로 소련이 남북한 동시가입 지지로 입장을 바꿨고, 중국도 한국의 유엔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이후 1991년 12월에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통해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사용 금지, 핵 재처리 시설 및 우라늄 농축시설 보유 금지 등에도 합의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이 같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방외교 노력을 통해 남북 교류 협력을 증진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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